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찬란한 권력을 누린 인물로 꼽히는 루이 14세는 ‘태양왕’이라는 이름과 달리 그 시대에서 가장 냄새나는 왕으로도 기록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예술과 절대 권력의 상징이었던 그의 통치 아래, 베르사유 궁전은 부와 미의 정점이었으나 동시에 악취로 가득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심한 피부병을 앓았고 육식을 즐기는 대식가였으며, 이런 체질적 요인으로 인해 땀 냄새가 심했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목욕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유럽 사회에는 물이 병을 옮긴다는 믿음이 퍼져 있었고, 그 결과 목욕을 피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일로 여겨졌습니다.
루이 14세의 몸 상태는 늘 좋지 않았습니다. 잇몸 염증이 심했고 썩은 이를 뽑는 과정에서 입천장에 구멍이 생겼다는 기록까지 남아 있습니다. 냄새는 그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왕은 자신을 향기로 감싸기 위해 향수를 이용했습니다. 그에게 향수는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왕의 위엄과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도구’였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은 수천 명의 귀족과 하인이 머무는 공간이었지만, 하수 시설이나 화장실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궁전 곳곳에 퍼지는 악취는 견디기 어려웠고, 향수는 이 냄새 속에서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귀족들은 화려한 복장과 가발 아래에서 향수를 몸에 뿌려 악취를 가리려 했고, 그 습관은 곧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루이 14세는 자신의 조향사에게 “요일마다 다른 향수를 만들라”고 명령했습니다. 평민은 물론 귀족들조차 향수를 사용하기 어려웠던 시대에 매일 다른 향수를 요구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압도적인 부와 권력을 과시하고자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오늘날로 비유하면 요일별로 다른 맞춤 향을 가진 ‘퍼스널 퍼퓸’을 주문 제작한 셈입니다.
그가 어떤 향을 즐겼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장미, 오렌지 꽃, 향신료, 튜베로즈, 벤조인 같은 원료들이 쓰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는 셔츠에 ‘아쿠아 안젤리(Aqua Angeli)’라는 향을 배게 했는데, 장미수에 오우드, 육두구, 정향, 벤조인을 섞고 여기에 재스민과 오렌지 꽃수, 머스크를 더해 하루 동안 끓여낸 것이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섬유용 향수 혹은 고급 패브릭 미스트의 형태였습니다. 이 향은 부드럽고 관능적인 꽃향기와 스파이스 향이 어우러진 조합으로, 그가 추구한 왕의 품위를 표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루이 14세의 조향사는 왕의 기분, 날씨, 의상, 행사 일정을 고려해 매일 다른 향을 배합했습니다. 향수 제작이 예술이자 과학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로부터 시작된 맞춤형 향수 문화는 귀족 사회에 빠르게 퍼졌습니다. 개인의 감정이나 개성을 향기로 표현하는 ‘퍼스널 퍼퓸’의 개념은 바로 이 시기 베르사유 궁전에서 탄생했습니다.
향수는 루이 14세의 권위를 상징했습니다.
그는 몸에서 풍기는 향기를 통해 신성함과 차별성을 드러냈고, 향은 곧 권력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프랑스에서 향수 산업이 발전한 배경에도 이 시기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후 조향 기술은 그라스(Grasse) 지역을 중심으로 정교해졌고, 프랑스는 향수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루이 14세의 궁정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샤넬, 디올, 겔랑 같은 명품 향수 브랜드의 뿌리도 달라졌을 것입니다.

향수가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씻지 않은 몸에서는 제 기능을 다할 수 없었습니다. 향수는 악취를 감싸는 역할을 할 뿐, 그것을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궁정에서는 향수와 파우더, 화장품이 뒤섞여 오히려 더 복합적인 냄새가 퍼졌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냄새를 ‘귀족의 향기’라 부르기도 했지만, 실상은 위생의 부재를 감춘 화려한 가면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향수를 패션의 일부로, 혹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루이 14세의 궁정에서 시작된 ‘개성의 향기’는 이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향기의 본질은 청결에 있습니다. 깨끗한 피부 위에서 향수는 비로소 제 향을 냅니다. 아무리 값비싼 향이라도 씻지 않은 몸에 뿌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향기는 권력과 미의 상징으로 발전해왔지만, 그 시작은 악취를 덮기 위한 본능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루이 14세의 향수는 화려한 베르사유의 상징이었고 동시에 당시 유럽 위생 문화의 민낯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향기의 품격은 냄새를 감추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깨끗함 위에 더해질 때 완성됩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