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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에 오른 술, 사라진 차와 되살아난 누룩의 향

by 상식살이 2025.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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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햇살 아래에서 반짝이는 한 잔의 전통주가 현대인의 미각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사과나 복숭아, 파인애플을 연상시키는 상큼한 향이 퍼지고, 은은한 단맛이 혀를 감싸며 오래도록 남는 여운을 만들어 냅니다. 전북 정읍의 ‘한영석의 발효연구소’에서 빚어낸 청명주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술은 쌀, 누룩, 물이라는 단 세 가지 재료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프랑스의 와인 생산자조차 포도 한 알 들어가지 않은 술에서 복합적인 과실향이 나는 것에 놀라움을 표현했습니다.

청명주는 조선의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가장 뛰어난 술로 꼽았던 전통주입니다. 24절기 중 청명 무렵에 주로 빚어 마시던 술로, 오랜 세월 동안 사라졌던 양조법이 현대에 다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한영석 대표가 2022년 봄 처음 선보인 ‘도한 청명주’는 그 풍미와 품질로 애주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며, 한국 전통주 시장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전통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조상과 소통하던 매개체로서 깊은 의미를 지녔습니다. 명절이나 제사에서 피우는 향은 하늘로 올라가 혼(魂)을 불러오고, 술은 땅으로 스며들어 백(魄)을 불러온다고 여겨졌고, 술을 무덤 주변에 뿌리거나 실내에서 땅을 상징하는 모사(茅沙)그릇을 준비하고 퇴주잔에 술울 따르는 이유입니다.

 

차례(茶禮)에서 술이 중심이 된 이유는 조선의 역사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고려 시대까지 제사상에는 차가 올랐습니다. 신라 문무왕 시대의 기록에도 제사에 차가 사용되었다는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이 건국되며 성리학이 국교로 자리 잡자 불교 문화와 연관된 차는 점차 배제되기 시작했습니다. 태종 시대에는 예조가 국가 제사에서 차 대신 술을 올릴 것을 건의하였고, 이후로 술이 제사상의 주된 제물이 되었습니다.

 

조선 전기까지는 여전히 일부 제사에서 차를 올리는 풍습이 이어졌습니다. 며느리가 집안의 사당에 제사를 올릴 때 정성껏 달인 차를 올리고, 제사가 끝나면 온 가족이 함께 차를 나누며 회음(會飮)을 했습니다. 이 전통이 오늘날 술을 함께 나누는 음복(飮福)의 형태로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전쟁과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지자 차(茶)는 점차 사치품으로 여겨졌고, 영조는 백성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차 대신 술이나 숭늉을 사용하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그 시점부터 차례상에 술이 오르는 전통이 본격적으로 정착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차례에는 청주나 탁주가 올랐습니다. 종묘제례에서는 세 번의 헌례 중 초헌에는 막걸리, 아헌에는 동동주, 종헌에는 청주가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신에게 바치는 술이자 제사를 마친 가족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음복용 술이었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발효된 향을 가진 술이 제사에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청주’라는 명칭은 일제강점기의 주세령에서 비롯된 잔재를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본래 전통 방식으로 맑게 걸러낸 술이 청주였으나, 일본식 누룩(입국)을 사용하고 정제된 쌀로 만든 일본식 청주가 국내 기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통 누룩을 사용한 맑은 술은 법적으로 ‘약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약주라는 이름 때문에 약재가 들어가야 한다고 오해되지만, 주세법상 반드시 약재가 포함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전통주 전문가들은 제례용 술로는 전통 방식의 약주가 더 적합하다고 말합니다.

 

최근의 전통주 시장은 과거와는 다른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영석 대표의 청명주처럼 오직 쌀과 누룩, 물만으로 만든 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통 누룩은 다양한 미생물이 함께 공존해 복합적인 향과 깊은 맛을 만들어 냅니다.

 

일본식 입국은 단일 곰팡이만을 사용해 발효 속도가 빠르지만 풍미가 단조로운 편입니다. 한영석 대표는 전통 누룩이 가진 가능성을 입증하며 상업 양조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맛의 방향성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통주는 과거보다 훨씬 덜 달아졌습니다. 예전에는 단맛이 풍요와 여유를 상징했지만, 현대의 소비자는 건강과 음식의 조화를 중요시합니다. 전통주에 자연스러운 산미가 강조되면서 음식과의 궁합이 좋아졌습니다. 적절한 산미는 느끼함을 덜고 음식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서양의 와인이 그러하듯, 한국의 전통주도 이제 음식과 함께 즐기는 주류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전통 누룩의 복합적인 향, 쌀의 단단한 바디감, 자연 발효가 만들어내는 섬세한 산미가 결합된 술은 단순히 옛 것을 복원한 수준을 넘어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영석 대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국주를 전통 누룩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청명주는 그 목표의 시작이자 전통주 부활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늘날 전통주는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체성과 현대 미각이 만나는 지점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고급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통주가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발효의 미학을 담은 한국 술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디지털정읍문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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