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무엇을 먹느냐만큼 언제 먹느냐가 중요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립보건연구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하루 에너지 섭취가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 식사 패턴이 노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노쇠는 단순히 나이가 드는 현상을 뜻하지 않습니다. 근력이 눈에 띄게 줄고, 쉽게 피로해지며, 체중이 감소하고, 활동성이 떨어지는 임상적 상태를 말합니다. 근감소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낙상과 입원,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 만성 염증, 호르몬 변화, 산화 스트레스, 운동 부족, 영양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65세 이상 성인 4184명을 분석했습니다. 이들을 하루 에너지 섭취가 어느 끼니에 집중되는지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세 끼를 비교적 고르게 먹는 ‘균형형’, 전반적으로 섭취량이 안정적인 ‘안정형’, 점심에 비중이 큰 ‘정오형’, 저녁에 집중되는 ‘저녁형’, 아침과 저녁에 많은 ‘아침·저녁형’입니다.
저녁에 에너지 섭취가 몰린 집단은 균형형에 비해 노쇠 위험이 48% 높게 추산되었습니다. 아침과 저녁에 함께 몰린 유형도 43% 높았습니다. 총 섭취 열량이 같더라도 에너지가 특정 시간대에 치우치면 신체 기능 유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노년기의 근육 대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동화 저항’이 나타납니다. 단백질을 섭취해도 근육 단백질 합성 반응이 젊을 때만큼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상태입니다. 한 끼에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해서 근육이 충분히 합성되지 않습니다. 단백질을 하루 동안 나누어 자주 공급해야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저녁에만 몰아서 먹는 식습관은 근육 합성을 자극할 기회를 줄입니다. 이런 패턴이 장기간 반복되면 근육량 감소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체는 24시간 주기에 따라 대사 효율이 달라집니다. 오전과 낮 시간에는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 포도당을 처리하는 능력이 좋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에너지로 활용되는 비율이 높습니다. 밤이 되면 대사 효율은 떨어지고 지방으로 저장되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늦은 시간에 탄수화물과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 변동 폭이 커지고 지방 대사 부담이 증가합니다. 이런 대사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근육과 전신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의대 계열 연구진은 교대 근무자와 야간 식사 습관을 가진 사람에서 인슐린 저항성과 체중 증가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연구팀은 저녁 식사 시간이 늦을수록 체중 감량 효과가 떨어진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아침 단백질 섭취를 늘렸을 때 근육량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는 보고도 나왔습니다.
한국의 노년층 식사 패턴은 점점 불규칙해지고 있습니다. 1인 가구 고령자가 증가하면서 아침을 거르는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점심은 간단히 해결하고 저녁에 가족과 함께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 활동량이 적은 상태에서 저녁에 열량이 집중되면 에너지 균형이 깨지기 쉽습니다. 체중은 유지되더라도 근육은 줄고 체지방은 늘어나는 ‘마른 비만’ 형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노쇠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량뿐 아니라 분배 전략이 중요합니다. 단백질은 체중 1kg당 하루 1.0~1.2g 정도가 권장됩니다. 이를 세 끼에 나누어 한 끼당 20~30g 수준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제안됩니다. 달걀 두 개, 두부 반 모, 생선 한 토막, 닭가슴살 한 덩이 정도가 한 끼 단백질 기준이 됩니다. 아침에 단백질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두유, 그릭요거트, 삶은 달걀을 추가하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제된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저녁을 구성하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잡곡과 채소를 곁들이고, 저녁 식사 시간을 취침 3시간 이전으로 앞당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규칙적인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단백질 이용 효율이 높아집니다. 가벼운 아령 운동이나 스쿼트, 계단 오르기만으로도 근육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노쇠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근력 저하와 피로가 서서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일상생활이 어려워집니다. 낙상 한 번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 사회에서 식사 시간이라는 작은 습관이 장기적인 건강 격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루 세 끼를 고르게 나누어 먹는 일은 단순해 보입니다. 실천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생활 리듬을 조정해야 하고, 식재료 준비도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사 시간을 재정비하는 일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예방 전략입니다. 노년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 거창한 약이나 보충제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 식탁에 단백질을 올리고, 저녁 식사량을 조절하는 선택이 근육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