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민의 추억을 담고 있는 ‘빨간 우체통’이 40년 만에 재탄생합니다. 손편지가 사라지는 시대에 발맞춰, 소형 소포도 받고 커피 캡슐과 폐의약품까지 회수하는 ‘다목적통’으로 변신해 명맥 유지에 나선 것입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편·소포 접수’와 ‘폐물품 회수’를 모두 담당하는 새로운 형태의 ‘ECO(에코) 우체통'을 도입합니다. 새 우체통에는 각기 다른 용도의 투입구 두 개가 달려있습니다. 한쪽은 일반·등기 우편과 작은 소포를 받고, 다른 한쪽은 폐의약품과 폐커피캡슐을 수거하는 용도입니다.
기존에도 입구가 둘 달린 우체통이 있었지만, ‘관내’ ‘관외’ 혹은 ‘보통우편’ ‘빠른우편’ 등 우편물 구분용이었습니다.
1984년 처음 ‘빨간 우체통’이 등장한 이후, 이처럼 우체통의 기능과 모습이 크게 달라진 것은 처음입니다. 플라스틱이었던 우체통 재질도 외부 충격에 강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철제 강판(鋼板)으로 바뀝니다. 올 연말까지 서울 종로구, 강남구 전역과 서울 시내 총괄우체국 22곳 등에 90여 개의 새 우체통을 우선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체통의 변신은 ‘편지 수거’라는 본연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 이메일 등 디지털 의사소통 수단이 확산하며 개인 간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크게 줄었습니다. 또 온라인 쇼핑과 중고 거래 활성화 등 소포를 주고받는 일은 많아졌는데, 정작 우체통은 투입구가 작아 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1년 대비 2024년(추정)의 일반 우편물은 34억통에서 21억통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우체통을 통한 것은 190만여 통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기간 소포는 1억7000만건에서 3억건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PC통신 시대였던 1993년 전국 우체통은 5만7599개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우체통 활용도 크게 줄어 현재는 8066개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집배원들이 우체통을 열어보면 손편지는 손에 꼽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우편은 국민 보편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메일 등을 못하는 분들이 소수라도 존재하는 한 우체통은 없앨 수 없다고 합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부터 폐의약품을 우체통으로 회수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올 10월부터는 일회용 커피캡슐 수거까지 맡았습니다. 집배원이 편지 대신 이를 수거해다가 지자체 혹은 재활용 업체로 전달해주는 것입니다.
올 10월 말까지 전국에서 6만5000개가 넘는 폐의약품이 수거되는 등 ‘본업(本業)’을 넘어서는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또 폐물품 때문에 우편물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아예 입구를 크게 키우고 회수함을 별도로 분리한 새 우체통을 만든 배경입니다.
새 우체통은 기존 일반 우편뿐 아니라 등기 우편과 작은 소포(27×18×15cm 이내, 우체국 2호 상자 크기)까지 받을 수 있도록 용도가 확장되었습니다. 우체국 홈페이지나 앱에서 미리 요금을 결제하고, 16자리의 ‘사전 접수번호’를 소포나 등기 우편에 기재한 다음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고 합니다.
폐의약품(물약은 제외)은 일반 봉투에 넣은 후 겉면에 ‘폐의약품’이라고 적어서 ‘ECO 함'에 투입하면 됩니다. 커피캡슐은 원두 찌꺼기를 제거한 뒤, 알루미늄 캡슐만 전용 봉투에 담아 투입하면 됩니다. 전용 봉투는 동서식품 홈페이지 혹은 총괄우체국 창구를 통해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우정사업본부자료,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