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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마석도 형사에서 '우리의 내로남불' 을 본다.

by 상식살이 2024.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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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4' 출처: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의 동아일보 '허태균의 한국인의 心淵'(자신의 '내로남불'이 안 느껴지는 이유)를 요약했습니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내로남불에 대한 한국인 가슴깊이 내재되어 있는 심리를 아주 명쾌하게 분석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현재 동시대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보았을 질문에 한켠에 답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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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형사 마석도는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이며 우락부락해 보여도 매우 순수하고 겸손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합니다. 하지만 그 착한 사람이 나쁜 악당만 보면 돌변합니다. 한번 나쁜 놈을 발견하면 자신을 돌보지도 않고 희생하면서 끝까지 쫓아가서 꼭 단죄하고야 맙니다. 우리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너무나도 착한 사람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그 착한 사람이 진짜 악당을 잡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을 보면 약간 당황스럽습니다. 우선 악당들에게 금품을 갈취합니다. 심지어 다른 나라에 가서 수사권도 없이 현지 법률도 우습게 위반합니다. 결과적으로는 그 불법이 모두 진짜 악당을 잡는 데 다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 마석도 형사는 과연 좋은 형사일까요? 만약 현실에서 그런 형사가 작은 악당들의 금품을 갈취하고 있을 때(아직 진짜 나쁜 악당을 잡기 전에) 우리가 그 장면을 봤다면, 그가 착한 사람이자 정의로운 형사인 걸 우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요?

 

누군가 정의로운 결과를 위해 과정은 정의롭지 않아도 되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마석도 형사를 보면서 불편한 사람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열광합니다. 이 모순에 한국 사회의 내로남불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관계주의는 행동보다 사람을 중시합니다. 사람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사람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착한 사람에겐 한없이 관대하지만, 나쁜 사람으로 찍히는 순간 더는 사람이 아닙니다. 무슨 사건이 일어나도 제도나 시스템의 문제보다는 나쁜 인간을 때려잡는 데 집중합니다.

 

한국 사람은 절대 부정부패, 불법, 비윤리적 행동에 관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큰 정의를 위해, 더 나쁜 악당은 꼭 때려잡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하겠다는 ‘착한’ 사람에게는 열광할 수 있습니다. 그 착한 사람의 부정부패, 불법, 비윤리적 행동은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무엇이 나쁜지 몰라서,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을 몰라서 관대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위대한 정의를 위해서 그러는 겁니다. 이래서 자신의 내로남불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지금 범죄도시가 흥행 열풍을 이어가는 이유도 한국 사회에 마석도 형사 같은 존재가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우리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우리 사회의 마음에 슬픈 현실입니다.

 

 

출처: 동아일보 '허태균의 한국인의 心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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