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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세~탁!" 동네 세탁소 찾는 새로운 열풍

by 상식살이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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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에~탁! 세에~탁!”

동네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수거하기 위해 돌아다니며 내는 신호. 동네도, 주인도 다르지만 첫 글자인 ‘세’를 길게 늘어뜨리고 뒷글자인 ‘탁’을 스타카토로 짧게 끊어 강조하는 “세에~탁!”은 전국 공통입니다. “세에~탁!” 소리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고 또 아득해지는 걸 들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4월은 세탁 업계의 성수기. 꽃샘추위도 끝나고 패딩과 코트를 옷장에 집어넣으려면 세탁소에 맡겨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이 “세에~탁!” 소리를 찾아 다니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공장형 프랜차이즈 세탁소와 온라인 서비스가 장악한 시대에 나타난 반작용일까. 세탁소 소비자들 사이에 부는 레트로 열풍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규격화·자동화를 내세운 프랜차이즈 세탁소 대신 동네 세탁소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까닭은 ‘등골 브레이커’ 의류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한 벌에 수십만~수백만원대 패딩 점퍼와 코트는 세탁할 때도 비싼 대우를 받는다고 합니다.

 

1만원 초반대부터 시작하는 오리털 점퍼 세탁 가격은 ‘명품’이라는 말이 붙으면 가격이 5배로 뜁니다. 모자에 복슬복슬 털이라도 붙어 있으면 추가 금액이 붙습니다. 겨울철 내내 돌려 입던 외투 두세 벌만 맡겨도 20만원 가까운 금액에, 가격표에 적힌 ‘브랜드 로고 같은 장식품은 떼어내 보관하라’ ‘원부자재 불량으로 인한 탈색·변형·파손 등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경고를 보면 마음이 찝찝해집니다.

 

비싼 돈에 못 미치는 결과에 분쟁도 늘었다고 합니다. 2022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세탁 서비스 관련 심의는 3875건. 4건 중 1건은 ‘세탁 사업자의 과실’로 인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세탁 방법이 잘못되어 옷이 망가지거나 색이 빠진 경우가 가장 많았고, 세탁 후 손질이 미흡하거나 얼룩 등 오점이 제거되지 않은 게 뒤를 이었습니다. 접수된 심의의 절반이 공장형 프랜차이즈 세탁소가 포함된 대형 사업자 10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추억 속 동네 세탁소를 대안으로 찾는다고 합니다. 옷에 달린 장식품이 사라졌다면 사장님한테 얘기해 세탁기 문을 열어보면 되고, 어느 동네에서 왔을지 모르는 옷들이 대형 세탁기에서 함께 뒤섞여 돌아가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옷의 주름을 펴기 위해 다듬이질하며 시작된 국내 세탁업은 가내수공업에서 공장화, 자동화까지 발전해 왔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된 세탁소는 1914년 영업을 시작한 조선호텔 세탁실. 청와대 세탁물과 국내 이름난 재벌집 옷까지 세탁하며 100년 넘게 영업했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직원이 43명에 달한 대규모 세탁소였지만 2018년부터 투숙객과 피트니스 센터 회원의 세탁물만 취급하는 호텔 내 세탁실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동네 세탁소의 전성기는 1990년대입니다. 경제성장에 따른 업무량 증가로 ‘주부 사원 모집’ 플래카드가 나붙던 시절.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동네마다 세탁과 수선, 다림질을 해주는 세탁소가 들어섰습니다. 아파트에 몰려 사는 거주 형태가 보편화하면서 세탁소 사장들이 아파트 복도를 돌며 세탁물을 수거하고 배달해주는 영업 방식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세탁소 시장은 1992년 ‘세탁소 편의점’을 표방하는 크린토피아가 등장하며 지각변동이 일어납니다. ‘와이셔츠 1장당 500원’ 세탁 서비스를 내세우며 등장한 크린토피아는 2008년 가맹점 1000개를 돌파하며 동네 세탁소의 지위를 빼앗았습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맹점만 2800여 개로 세탁 업계 1위. 크린에이드, 월드클리닝 같은 후속 브랜드들이 생기며 문을 닫는 동네 세탁소가 증가하였습니다.

 

집집마다 있던 세탁기가 할 일을 잃는 시대는 2010년대 후반 개막했습니다. 드라이클리닝과 다림질 위주 세탁 서비스가 ‘집안일’이라 불리던 빨래까지 집어삼킨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세탁기 놓는 공간조차 비용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1~2인 가구는 세탁기 대신 ‘무인 세탁방’에서 빨래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세탁특공대·런드리고 같은 온라인·비대면 세탁 업체들은 문 앞에 둔 옷을 수거해 간 뒤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호응을 얻었습니다.

 

2014년 전국 2만9512개였던 세탁소는 2024년 1만9739개로 1만개가량 감소했습니다. 요즘에는 스타일러·에어드레서 같은 의류 관리기가 혼수품 명단에 오르면서 집에서 간단한 스타일링과 탈취·항균 등을 하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세탁도 셀프가 된 것입니다.

 

세탁의 외주화와 세탁의 셀프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시대에 거꾸로 찬란히 빛나고 있는 동네 세탁소는 결국 추억의 이름이 될 공산이 큽니다. 세탁업 경영주의 연령대도 젊은 층의 신규 유입이 거의 없고, 고령화하여 60~70대 이상이 90%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세에~탁! 세에~탁!” 소리는 점점 드물고 귀하게 들릴 것입니다.

 

 

 

 

출처: ChatGPT,조선일보,크린앤크린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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