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묻혀 있는 석유를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규 유전의 발견은 지질 전문가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협력과 첨단기술의 막대한 투자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성공의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면 과거에는 어떻게 하여 석유의 발견과 생산이 이루어졌을까?
석유개발의 역사는 석유 생성의 역사에 비하면 아주 짧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중엽 이전만 하더라도 석유는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당시에는 소금이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물품이었다. 소금은 육류나 기타 식료품의 저장과 가죽을 보존하고 부드럽게 만드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이었다. 18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제염업자들이 염수(鹽水)를 찾다가 석유를 발견하면 석유를 쓸데없는 방해물로 취급하였다. 염수와 함께 갈색의 기름이 분출되면 기름이 수면에 뜨는 원리를 이용하여 저수조의 상부에 모아두었다가 근처의 강으로 흘려 보냈다. 때로는 기름에 불이 붙어 오하이오강 유역에서는 수십킬로에 걸쳐 강이 불꽃으로 덮이는 일도 있었다.
1850년대에 들어와서 석유를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램프용 연료이던 고래기름 가격이 상승하고, 정제기술 개발에 따라 램프용 등유의 수요가 늘어 등유가격이 급등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석유탐사에 과학적 방법이 도입되기 이전까지 석유의 존재를 나타내는 징후가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다. 가장 확실한 곳은 석유가 자연히 솟아나오는 지역이었다. 그리하여 초장기 미국의 유전개발업자들 사이에서는 “석유는 그것이 발견된 곳에 존재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사람들은 전부터 알려져 온 분출장소 또는 현재 분출하고 있는 장소의 주변을 중점적으로 굴착하였다.
1859년 에드윈 드레이크가 펜실베이니아주 타이스빌에서 최초로 유전개발에 성공한 것도 그 지역이 전부터 오일크리크(Oil Creek : 석유가 흐르는 강)라고 불리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1년간의 노력 끝에 30미터 깊이의 유정에서 석유를 발견했는데, 생산량은 하루 35배럴에 불과한 소량이었지만 당시 시장수요로 보아서는 충분한 양이었다. 드레이크의 성공에 따라 타이스빌 유전지대에는 수많은 굴착공사가 시작되었고, 석유에 대한 열기는 미국은 물론 세계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오일크리크 계곡의 산유량은 최초 연간 2,000배럴에서 10년 동안에 500만 배럴로 크게 늘어났으며, 19세기 말 텍사스가 등장하기까지 펜실베니아 유전지대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산유지역이었다.
석유의 발견이 횡재를 가져다 주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석유의 기원에 관한 이론들이 나오면서 퇴적분지들은 석유 사냥꾼들이 노리는 최우선 타깃이 되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곳을 굴착할 것인가? 1860년도부터 불어닥친 ‘검은 황금에의 쇄도(Oil Rush)’ 초창기에 만들어진 판화에는 그 토지에 도착한 탐광업자가 모자를 빙빙 돌려 모자가 떨어진 지점을 굴착하기로 결심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즉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석유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Wild Cat’이라는 말은 처녀지의 시굴정(試掘井)을 의미하는데, 미국 개척시대에 자신이 번 돈만으로 잇달아 새로운 돈벌이를 시도하는 선천적으로 호기심이 강한 승부사를 ‘Wild Catter’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다.
시굴정에서 석유가 발견되면 주위에 잇달아 석유 채굴용 망대가 들어서서 곧 망대의 숲을 이루는 것이 당시의 풍광이었다. 특히 석유는 먼저 캐낸 사람이 임자라는 ‘포획법규’가 한몫을 했다. 이 포획법규에 의하면, 석유가 비록 이웃 사람의 소유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해도 그 토지로부터의 모든 석유를 채취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토지소유자는 그들의 광구 경계선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를 굴착하여, 이웃사람에게서 석유를 가로채어 자신의 매장량을 늘려 나갔다.
탐사기술의 발달
불과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시추는 마구잡이식으로 이루어졌다. 10개 공을 시추하면 9개 공이 건공(乾孔 : 석유 또는 가스가 나오지 않는 시추공)일 정도로 성공률이 낮았는데, 석유개발업자들은 이 10%의 확률에 운명을 걸었다. 그러나 탐사장비의 발달과 슈퍼컴퓨터의 등장은 땅 속 깊은 곳의 지질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에 따라 탐사 성공률이 30~40% 수준에 이를 정도로 석유 발견의 가능성은 커졌다. 이러한 신기술에 힘입어 심해(深海)유전 또는 생산비가 겨우 나올 만한 한계유전도 점차 개발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최근 신규유전의 발견은 각 분야의 지질전문가들의 협력과 첨단 장비를 동원하여 이루어진다. 지질학자들은 주로 석유 매장 가능지역에 대하여 지구 표면의 암석분포를 조사하고, 지구 물리학자들은 지향사(地向斜 : 장기간에 걸친 침강이 계속되어 두꺼운 지층이 퇴적된 지역을 말함)의 구조를 조사하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분별하고 정밀 조사를 수행한다. 이들 자료를 분석한 유망지역을 선정, 탐사공을 시추하여 경제성 있는 석유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석유탐사기법에는 지표지질조사, 물리탐사, 시추탐사 등이 활용되고 있다.
1. 지표지질조사
지표지질조사는 항공기,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고공에서 항공사진이나 원격 탐사자료를 취득하여 지표사진을 판독하고, 원격탐사 결과 인지된 지형과 이와 관련된 지질구조를 암시하는 습곡, 단층, 균열대 등을 직접 탐사하는 것이다. 주로 퇴적분지를 구성하는 암석의 종류, 퇴적의 발달 상황, 인접한 지층과의 층서 관계 등을 조사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토대로 하여 퇴적분지의 형상, 지하 심부에서의 구조 형태, 근원암, 저류암의 발달 상황의 개요와 유전 형성의 가능성에 대해 추정하게 된다.
2.물리탐사
물리탐사는 항공, 지표, 해상 및 지하에서 대상물의 제반 물리 현상을 측정하는 것이다. 계측 기술의 발전으로 지하의 정보를 정량적으로 도출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의 탐사에서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물리탐사에는 탄성파탐사, 중력 및 자력탐사 및 전기 탄성파탐사 등이 있다. 이 중 탄성파탐사는 지표 또는 해상에서 인위적으로 탄성파를 발사하여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분석하는 것이다. 탄성파는 지층을 관통하면서 굴절한다. 막대기를 액체가 담긴 유리컵 속에 넣었을 때, 막대기가 구부러져 보이는 현상과 같다. 컵에 넣은 액체마다 막대기의 구부러진 각도가 달라지듯이, 지질층이 다르면 탄성파가 관통하면서 다른 굴절효과가 일어난다. 이를 컴퓨터로 해석하여 석유 부존 가능성이나 유망구조를 도출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컴퓨터의 발달로 인해 3D에 이어 4D탄성파탐사가 도입되어 지하의 지층구조를 수직 및 수평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정밀탐사에 유력한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력 및 자력탐사는 지구 자체가 지니고 있는 중력장과 자력장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토대로 하여, 탐사 대상 지역에서 국지적인 중력 또는 자력의 이상 변화를 측정하여 부존 자원 또는 지질 구조를 규명하는 탐사 방법이다.
3.시추탐사
시추탐사는 물리탐사 결과에 의하여 부존물의 위치, 규모와 성질을 추정하고 이를 토대로 직접 석유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추가적으로 정밀한 지하정보를 얻기 위해 지하에 구멍을 뚫어 탐사하는 것을 말한다. 시추 작업과정을 보면, 우선 굴착하면서 소요탐사의 지층에서 암석의 샘플(Core)을 채취하여 암석학적 검사나 화석학적 조사를 반복해서 지질의 시대나 퇴적환경을 알아야 한다.
시추는 유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상징물인 시추리그를 세우고 비트라 불리는 회전용 굴삭기를 이용해 땅속을 회전해 들어가면서 흙, 암반을 뚫는 회전식 시추방식이 대부분이다. 시추액이 윤활작용을 하면서 드릴파이프 끝에 붙어 있는 비트가 바위를 갈아낸다. 이 시추액을 이수(泥水, Mud)라고 한다. 이수는 원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 첨가제들이 많이 들어간 윤활 복합체이다. 이수 속에 지층에서 녹아 나오는 탄화수소분을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로 검사하는 이수검층을 하게 되는데, 이는 직접 석유발견과 관계되기 때문에 세밀한 검사가 요구된다. 굴착이 진행되어 석유의 부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깊이에 도달하면 유정의 전기적인 성질을 검사하기 위해 물리검층이 실시된다. 독일의 슐룸베르거(Schlumberg) 형제에 의해 개발된 이 전기검층은 석유와 물의 전기적 성질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빈약한 전도체인 석유는 높은 비저항을 일으키지만, 물은 아주 적은 저항밖에는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유정에서 전기를 측정하면 석유 부존 암석층과 물을 함유한 보통 암석층을 정확히 구별함으로써 석유부존에 결정적인 상관관계를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시추 깊이는 목표 지질층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석유를 생산하는 지층들은 일반적으로 1km에서 4km 사이의 깊이에서 발견된다. 가스층은 보통 6km 이상 깊이에 있다. 시추 비용은 석유 개발비용의 상당 부분(50~60%)을 차지하지만 지역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뚫는 비용의 10%도 안 되는 비용으로 미국에서는 똑같은 깊이의 시추를 할 수 있다. 모든 부수비용을 고려할 때 해상시추는 가장 비싼 육지 시추보다 4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 회전식 시추기술이 진보하면서 수직방향뿐만 아니라 수평 또는 어느 방향(多角, 多枝)으로든 시추가 가능해졌다. 다각, 다지 시추를 하게 되면 유정과 지층 사이의 접촉면이 늘어 생산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유정을 뚫은 후에 구멍을 남겨 놓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그리 단단하지 못한 암석층에서 나온 낙석으로 유정이 메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런 유정이 다른 유층들 사이를 연결하는 도관 역할을 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혼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혼합은 다른 석유와 물이 섞이는 것을 뜻할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지층 사이의 유체압력을 같게 만들어 버린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높은 압력의 저류층에서 생성된 석유가 지층에 도달하지 못하고, 이런 유정을 통해 압력이 낮은 지층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유층에는 공벽보호관을 설치하고, 지층과 공벽보호관 사이의 공간을 시멘트 반죽으로 채워 격리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물론 공벽 보호관을 설치하고 시멘트 처리를 한 후에도 석유가 바람직한 지층들로 흐를 수 있게 하는 길이 필요하다. 그래서 폭약을 이용하여 공벽 보호관 안에 구멍을 뚫는다. 즉, 시멘트로 격리하고 표적 저류층에 성공적으로 천공한다면, 그 유정은 제대로 건설된 것이다.
4.전자탐사
최근 해양 전자탐사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해양탐사방법 중 하나이며, 기존 탄성파 탐사로 확인된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석유가스 부존특성을 탐지하는데 활용된다. 특히, 해양 전자탐사는 전자탐사 기술을 심해저 환경에 적용하여 석유나 가스층의 높은 전기 비저항 특성을 이용해 탄화수소를 탐지하므로 탄성파 탐사와 병행하여 중요한 보조수단으로 사용된다. 전기장 및 자기장을 수신할 수 있는 수진기는 해저면에 고정되고, 전기 쌍극자가 장착된 송신기는 해저면에서 50~100 m 띄워 이동하면서 탐사가 진행된다. 인공 송신원인 수평 전기 쌍극자에서 전기장 혹은 자기장을 발생시키면 지하에 전기장이 발생하며 이 전기장에 의해 매질의 전기 전도도에 비례하는 전류가 흐르게 되고, 이 전류에 의한 자기장을 수신기에서 기록한다. 지하에 흐르는 전류는 매질의 전기 전도도에 따라 변화되기 때문에 수신기에 기록된 전자기장은 지하매질의 전기적 물성인 전기 전도도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를 해석함으로써 지하 매질의 전기전도도 구조를 밝힌다. 해저 지층에 석유가스 저류층이 존재하면 일정 송수신 구간에서 매우 큰 값을 보여주어 해저지층 내의 탄화수소 저류층을 해석할 수 있다. 탄성파 탐사자료는 지하의 지질구조를 밝힐 수 있어 유망구조 파악은 가능하지만 구조 내부의 물성에 대한 정보는 얻지 못하기 때문에 탄성파 탐사 자료를 통해 확인한 유망구조 내에 탄화수소의 부존 확인은 주로 시추를 통해서만 가능하였다. 그러나 시추탐사 결과 약 90%는 탄화수소가 아닌 염수로 차 있었을 만큼 시추의 성공률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드는 시추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추를 하지 않고 유망 구조 내의 물성을 파악하여 탄화수소의 부존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다면 석유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다.
출처: 대한석유협회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