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폭염 끝, 마침내 가을이 오긴 왔습니다. 그런데 시작일 뿐인데 벌써부터 아쉬움을 드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기상청은 최근 “10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더위가 간간이 이어지겠다”며 “그리고 평년보다 더 추운 겨울이 바로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 기상학자는 11월 초까지 20도대 더위가 이어지다 갑자기 추워져 영하 18도의 한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기후 변화로 인해 더위와 추위가 양극화되었으며 올해도 가을다운 가을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고로 가을은 새 옷으로 멋 내고, 풍성하게 쏟아지는 제철 음식 먹고, 사람 만나 어울리라고 있는 계절입니다. 그렇게 곳간을 채우고 살림에 윤기가 돌았습니다. 그러나 가을 패션과 별미가 사라지고, 축제는 꼬이고 있습니다.
가을 패션의 대명사인 명품 트렌치코트는 “입을 일이 없다”며 중고 거래 플랫폼에 10만원대 헐값에 쏟아진다고 합니다. 가을 고급 별미인 자연산 송이버섯과 전어도 더위 탓에 씨가 말랐습니다. 가을꽃이 폭염 탓에 피지 못해 9월 경남 김해 활천 무릇꽃축제가 파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패션 유통 업계엔 ‘진정한 장사는 가을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을은 명절과 모임·나들이 등 행사가 많고, 겹쳐 입거나 소품을 활용할 수 있어 멋쟁이의 계절로 통합니다. 또 소재와 트렌드, 브랜드에 민감해져 고가 의류도 잘 팔렸습니다.
그러나 요즘 백화점과 대형 마트부터 지역 상권, 온라인 쇼핑몰 업자까지 울상입니다. 길어진 불황에 계절까지 극단화하자 소비자들이 간절기 옷 지출부터 줄인다는 것입니다.
결국 가을 장사는 포기하고 겨울 장사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가을 정기세일에 돌입한 백화점마다 가을 외투와 구두보다는 패딩과 부츠를 앞서 진열 중입니다. 가을옷 살 돈을 아껴 좀 더 좋은 방한 용품을 산다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불러들인다고 했는데, 전어가 먼저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지난여름 해수면 온도가 27~28도로 작년보다도 2~3도 높아졌습니다. 전어는 찬 바닷물을 좋아하는 한대성(寒帶性) 어종입니다. 8월 이후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지방층이 두꺼워지면서 고소한 맛을 냅니다.
그런데 얕은 바다에 사는 전어는 해수면 온도 상승의 직격탄을 받는다고 합니다. 전어는 해마다 국내 연안에서 10만톤 이상 생산되었으나, 2020년쯤부터 매년 급감하고 있습니다.
한대성 어종인 참조기나 양식 우럭도 생산량이 줄어 추석부터 가을 수산물 대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개·굴 등 어패류와 멍게가 대거 폐사했고, 가을 보양식인 낙지와 주꾸미도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김도 같은 이유로 가격이 뛰었습니다. 대신 꽃게와 대하 같은 난류성 어종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생산량이 크게 늘어 풍년입니다.
또 다른 가을의 고급 별미인 송이버섯도 구경하기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자연산 송이는 9~10월에 일교차가 크고 지표면 온도가 낮고 땅이 촉촉해야 특유의 향을 머금고 자라나는데, 지난 9월까지 열대야가 계속되고 가뭄이 들어 역대급 흉작이라고 합니다.
가을 먹거리와 볼거리를 내세워 각 지자체가 내세운 축제도 곳곳서 파행을 빚고 있습니다. 모처럼 지역 경제를 살릴 기회가 날아가자 지역 상인과 주민들은 울상입니다.
단풍은 최저 기온이 5도 아래로 내려가며 일교차가 커져야 제대로 붉게 물든다고 합니다. 산림청은 “가을 더위가 물러가지 않으면서 단풍 절정이 당초 10월 중순~말에서 11월 초로 늦어지고, 아예 물들 때를 놓쳐 초록이 그대로 남는 지역도 속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경남 김해 활천 꽃무릇 축제는 폭염 탓에 꽃이 거의 피지 않아 축제를 망쳤고, 전남 신안도 퍼플섬 아스타 꽃축제를 취소했습니다.
지난달 말 충북 영동·괴산의 버섯 축제에선 대표 주자인 송이와 능이가 통째 사라져 축제가 무색해졌습니다. 강원 양양송이연어축제에선 송이 채취 행사를 없애고, 사실상 노르웨이산 연어와 한우 등 다른 먹거리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출처: Copilot, 조선일보,양양문화재단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