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한 지하 피시방에 들어서면 게임기 소리보다 먼저 고기 굽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카운터 옆에는 정육점에서 볼 법한 고기 진열대가 놓여 있고, 바비큐 기계에서는 삼겹살이 끊임없이 구워집니다. 손님은 게임을 하며 고기를 먹고, 사장은 카운터와 주방, 홀을 오가며 직접 고기를 손질합니다. 이 공간은 더 이상 단순한 피시방이 아니라 식당과 편의점, 정육점의 기능이 결합된 생존형 업장에 가깝습니다.

이처럼 본업과 무관한 상품과 서비스를 함께 판매하는 자영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고 부채 부담이 누적되면서, 하나의 업종만으로는 임대료와 관리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고, 폐업 사유로 사업 부진을 꼽은 비율도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소매업과 음식점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점은 골목 상권이 받는 충격의 강도를 보여줍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업종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음식점 주방에서 디저트를 만들고, 카페에서는 커피보다 답례품 포장이 주력 업무가 됩니다. 평소 손님이 뜸한 시간대에는 공간 자체를 빌려주는 임대업으로 수익을 보완합니다. 낮에는 스터디룸이나 파티룸으로, 밤에는 다시 본래의 술집이나 음식점으로 운영하는 방식도 낯설지 않습니다. 매장을 하나의 고정된 업종으로 유지하기보다, 시간과 수요에 따라 기능을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입니다.
식자재 상점이나 전통 음식점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채소 가게 한편에 간식 조리 기계를 들여 즉석 먹거리를 팔고, 오랜 기간 한 메뉴만 고집해 온 식당 앞에는 전혀 다른 종류의 조리 설비가 들어섭니다. 메뉴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우려가 따르지만, 하루 몇 건의 추가 판매가 월세와 인건비를 좌우하는 현실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매출을 늘리기보다는 매출 감소 속도를 늦추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온라인 소비 확산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온라인 쇼핑 통계를 보면 전체 거래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음식 서비스와 식료품 부문의 성장률이 두드러집니다. 배달과 온라인 주문이 일상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발걸음은 줄었고, 골목 상권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습니다. 자영업자들이 배달 앱에 디저트나 간편 상품을 함께 올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본업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상품이 오히려 매장을 검색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손님을 유입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유행하는 디저트를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활용합니다. 주방에서는 본래 메뉴와 전혀 다른 재료가 조리되고, 조리 도구도 달라집니다. 전통 음식점에서 반죽 거품기를 들고, 고기집 솥에서는 디저트 재료가 녹는 장면이 일상이 됩니다. 이런 선택은 단기 수익보다는 매장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적 전략에 가깝습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본업의 자존심보다 생존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중 수익 구조를 시도하는 자영업자는 사실상 N잡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 공간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고, 한 사람이 조리사이자 판매자이며 마케터 역할까지 떠안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장시간 직접 근무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자영업이 더 이상 한 가지 기술이나 메뉴로 유지될 수 없는 구조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 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나 아이디어 문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소비 구조 변화, 온라인 유통 확대, 임대료 부담, 경쟁 심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고 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업종 혼합과 다중 생계 전략이 하나의 표준처럼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골목 상권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업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에, 자영업은 점점 복합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으며, 자영업자의 삶은 더욱 노동집약적이고 불확실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금 골목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자영업 위기의 단면인 동시에, 변화에 적응하려는 현실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PC방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