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식음료 배달 수요가 급증한 사이 각종 프랜차이즈 본사와 음식점 업주들이 배달앱 등에 지불하는 수수료·배달비 부담을 이유로 앞다퉈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매장 가격보다 배달하는 메뉴 가격을 더 비싸게 책정해 판매하는 것입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최근 전체 매출에서 배달 비중이 가장 큰 치킨 브랜드를 대상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외식업계에서 ‘같은 메뉴=같은 가격’이라는 등식을 깨는 이중가격제가 확산하고 있지만, 가격 책정 방식에 아무런 원칙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매장이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음식점들이 배달 가격이 매장 판매가보다 더 비싸다는 사실을 모호하게 알리거나, 아예 알리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은 매장 가격과 배달 메뉴 가격이 다르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이중가격제를 제대로 알리라는 권고를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틈을 이용해 업체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 KFC, 파파이스, 프랭크버거 등은 올 들어 이중가격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와 일반 음식점들도 앞다퉈 배달 가격을 더 비싸게 책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롯데리아 더블한우 불고기버거 세트가 매장에서는 1만4500원인데, 배달 메뉴는 9% 비싼 1만5800원에 파는 식입니다.
맥도날드는 배달의민족 주문창에 ‘배달 시 가격은 매장과 상이하다’고, KFC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서 ‘딜리버리 전용 판매가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공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반 음식점과 커피 프랜차이즈 등은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비싸게 받으면서도 공지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가격 차이도 제대로 모른 채 배달 메뉴를 시키고 있는 건 이중가격 공지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일찌감치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버거 업체를 시작으로 배달앱,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외식업중앙회 등에 이중가격제와 관련한 권고를 했다고 합니다.
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지고, 독점이나 담합 행위가 있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가격결정권은 판매자에게 있기 때문에 이중가격제 공지를 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기는 어렵려운 실정입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이전부터 배달과 매장 가격을 다르게 책정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배달 메뉴 가격과 매장 가격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조사업체가 지난해 미국의 25개 유명 레스토랑의 배달가격이 매장가격보다 평균 20%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버거 브랜드 웬디스의 가격의 차이는 29%, 맥도날드는 27%.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인 ‘누들스’ 는 25%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이중가격제 적용 업종이 외식업을 넘어 생필품 시장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영국 식료품 체인 아이슬란드(Iceland)는 화이트브레드를 1파운드에 파는데, 배달앱 저스트이트, 우버이츠 등에서는 2파운드에 팔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수퍼마켓 체인 세인즈버리에서는 바나나를 1.75파운드에 파는데, 배달앱에선 6% 비싸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국 CNBC가 뉴욕의 한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것과 배달을 시키는 것을 비교한 결과 같은 품목을 구입하는 데 매장에서는 152.68달러인 반면 배달용 금액은 177.99달러로 나와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Copilot,조선일보,지디코리아,맥도날드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