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사고 싶고, 가격은 10억 원 이내였으면 좋겠습니다. 방은 두 개 이상, 단지 규모는 300가구 이상이면 좋겠고, 광화문까지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안에 닿았으면 합니다.”
과거라면 이런 조건을 들고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여러 곳 돌거나, 부동산 포털에서 수십 개의 필터를 하나하나 설정하며 매물을 비교했을 것입니다. 최근 이 과정에 AI를 접목하고 있습니다. 직접 발로 뛰는 임장(부동산 실사)과 온라인 검색 중심의 손품 사이에, 대화를 통해 매물을 압축해 주는 이른바 ‘AI 임장’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한 것입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는 여러 업체들은 자연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접목해 사용자가 말로 조건을 설명하면 그에 맞는 매물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KB부동산과 네이버페이 부동산은 각각 AI 기반 집 찾기 기능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는 검색창에 문장 형태로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고, 인공지능이 이를 해석해 적합한 아파트를 추려주는 방식입니다.
KB부동산 앱 내 ‘집찾는 AI’를 통해 조건을 입력하면 수 초 안에 여러 개의 매물이 정리된 표 형태로 제시됩니다. 가격, 전용면적, 층수 등 기본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구성되어 있어 초기 비교 단계에서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여기에 눈길을 끄는 기능이 ‘AI 브리핑’입니다.
단지를 둘러싼 입지 정보와 내부 조건을 사람이 설명하듯 요약해 주는 방식으로, 공인중개사가 작성한 설명과 축적된 통계 데이터를 결합한 결과물입니다. 매물 하나하나를 클릭해 긴 설명을 읽지 않아도 전체 윤곽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다만 인공지능의 해석이 아직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서울 지역으로 한정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접 지역의 매물이 함께 제시되는 사례가 있었고, 한 번에 추천되는 매물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도 있습니다. 조건을 문장으로 이해하는 능력보다는 정해진 정보 안에서 요약과 정리를 잘해 주는 보조 비서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는 평가입니다.
네이버페이 부동산이 선보인 ‘AI 집찾기’는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대화형 인터페이스에 가까운 형태를 띱니다. 구체적인 숫자 조건이 아니라 “신혼부부가 살 만한 서울 관악구 아파트를 찾아달라”는 식의 요청도 해석이 가능하고, 추천 결과를 본 뒤 “아파트만 남겨 달라”거나 “역에서 더 가까운 곳으로 다시 찾아 달라”는 추가 요청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앞선 조건을 기억한 상태에서 탐색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실제 상담과 비슷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매물 제시 범위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네이버페이 부동산은 더 많은 매물을 한 번에 제시하고, 지도 기반으로 추가 탐색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서울 경계에 가까운 수도권 지역 매물도 함께 제안되며, 생활권 기준으로 접근하려는 이용자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질문 횟수에는 제한이 있어 일정 기간 동안 여러 지역을 비교하려는 경우에는 제약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AI 집 찾기 서비스는 아직 시범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 전, 후보 매물을 압축하고 현장 방문 전 기초 자료를 정리하는 역할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수천 건에서 많게는 만 건 가까운 검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복잡한 부동산 정보 속에서 정리된 답을 원하는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 같은 흐름은 부동산 분야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해 주거 후보지를 추천하거나, 학군과 치안, 교통 정보를 종합 분석해 생활 만족도를 예측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프롭테크(PropTech, Property Technology) 기업들은 인공지능이 수요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지역을 추천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집의 크기와 가격을 넘어서, 생활 패턴에 맞는 주거 환경을 제시하려는 시도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보의 양은 오랫동안 경쟁력이었습니다. 더 많은 매물을 보유한 플랫폼이 선택받는 구조였습니다. 현재는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매물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진 환경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을 얼마나 정확하게 골라 주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단순 검색을 넘어 선택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집을 사거나 임대하는 결정은 여전히 현장 확인과 개인의 판단이 핵심입니다. 채광, 소음, 주변 분위기처럼 데이터로 완전히 환산하기 어려운 요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몇 개의 후보로 압축해 주는 역할을 해준다면, 주거 탐색 과정의 피로도는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말로 조건을 설명하고, 인공지능이 이를 해석해 집을 찾아주는 장면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동산 정보 탐색의 방식이 검색 중심에서 대화 중심으로 옮겨가는 변화의 초입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얼마나 정교해질지, 이용자의 실제 선택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게 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집을 찾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