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출세한 직장인의 상징이면서 부하 직원들이 동경하던 관리직을 되레 기피하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은 물론 한국과 미국에서도 “임원(관리직) 되기 싫다”는 설문에 대한 답이 과반이었다고 합니다.

일본은 최근 관리직 기피가 유독 두드러진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전국 직장인을 설문 조사에서 비(非)관리직 직장인 중 “관리직이 되고 싶지 않다”는 비율이 77.3%였다고 합니다. 일본 관리직 직장인의 52.5%가 “최근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일본 관리직의 업무를 늘린 요인으로는 2010년대 후반 일본 정부 주도로 추진한 ‘일하는 방식 개혁’이라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4월부터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직장인의 잔업 시간 상한을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정하였습니다. 일반 직장인 업무는 감소하는 데 반해 관리자들에겐 지위를 이용한 갑질 등을 들여다보는 컴플라이언스(준법) 업무 등까지 보태져 업무량이 많아지는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력난까지 가중되자 관리직 승진자는 관리직 업무에 본래 맡았던 업무까지 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관리직이 부하 직원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는 물론 승진 전에 하던 업무까지 해내야 하는 ‘극한 직업’으로 내몰린다는 것입니다.
시간 외 노동 규제의 취지는 생산성을 올려 노동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여의치 않아 관리직이 근무시간을 속이고 부하 업무를 인수받아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일본의 관리직 기피를 부추기는 원인으로는 고질적 저임금 문제도 거론됩니다. 일본의 2024년 임금 인상률은 29세 이하에서 4.2%, 30대가 3.6%, 40대 2.7%, 50대 1%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관리직이 되면 업무량은 크게 느는데 임금은 찔끔 올라, 차라리 승진하는 대신 ‘현상 유지’를 택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것입니다.
관리직 승진을 기피하는 ‘오피스 피터팬’ 현상은 젊은 층일수록 두드러지는 추세입니다. 관리직을 발판 삼아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성공 지표로 여긴 과거와 달리, 워라밸을 중시하는 요즘 직장인 세태가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2024년 말 미국의 Z세대(1997~2012년 출생) 직장인을 대상으로 관리직 승진 희망 여부를 조사한 결과 52%가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미국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후배 직원을 육성하기보다 나 자신의 성장에 시간을 쓰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회사에 헌신하며 존경받는 상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던 과거 직장인과 달리 재택근무 방식으로 사회에 진출한 젊은 층은 자기 능력을 개발하는 데 더 집중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2024년 설문조사에서 한국 MZ세대 직장인 54.8%가 “임원(관리직)까지 승진할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승진할 생각이 없다는 이들 중 44%는 “책임을 지는 위치가 부담스럽다”고 했고, 13.3%는 “임원은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다”, 10%는 “회사 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고 합니다.
Z세대의 관리직 기피 이유를 높은 업무 강도나 책임을 지기 싫다는 점 한 가지로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설명도 있다고 합니다. 관리직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젊은 사원들이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관리직을 기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중간 관리자들이 정리 해고의 과녁이 된다는 점도 글로벌 관리자 기피의 한 이유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2023년 미국에서 해고된 직장인의 31.5%는 중간 관리자였다고 합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실적 부진에 부닥친 2023년 3월 중간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일반 사원으로 돌아가거나 회사를 그만둬라”라고 선언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한 뒤 급여가 높은 관리직을 중심으로 6000명 규모의 대량 해고를 단행했습니다.
아마존은 관리직 1만4000명을 줄여 연간 약 35억달러를 절감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기술·제조·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대규모 구조 조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자동화와 인공지능(AI) 도입, 경제적 불확실성,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가속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은 관리자 직급와 함께 고성과자 트랙(전문가 트랙)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리더십 교육 대신 코칭, 멘토링 중심의 조직 관리 방식을 많이 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계 중심 문화에서 협업 기반 문화로, 관리자 역할을 ‘감독’이 아니라 ‘지원자(서번트 리더십)’로 재정의하고 변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출처: ChatGPT,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