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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만 파면 유물 나오는 로마, 지하철역을 박물관으로 만든 이유

by 상식살이 202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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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가 최근 개통한 지하철역은 교통 시설이면서 박물관의 역할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역사(驛舍) 안으로 들어서면 개찰구를 지나 고대 로마 시대 유물과 마주하게 되고, 커피 한 잔 값에도 못 미치는 지하철 요금으로 수백 점의 유물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로마시 당국은 일상적인 이동 공간을 문화 공간으로 확장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을 연 지하철 C 노선의 ‘콜로세오-포리 임페리알리’ 역은 고대 로마 문명의 핵심 지역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콜로세움과 황제들의 포룸이 인접한 장소로, 공사 과정에서 소형 청동 조각상과 도자기 주전자, 목검 같은 생활 유물이 다수 출토됐습니다. 고대 상류층 주택의 목욕 시설 유적도 발견돼 역사 내부에 그대로 보존되었습니다. 승강장과 통로를 따라 유리 진열장과 설명 패널이 배치돼 있어 이동 중에도 자연스럽게 유물을 살필 수 있습니다.

함께 개통된 ‘포르타 메트로니아’ 역은 고대 성문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곳 공사 현장에서는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기의 근위대 병영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군사 시설이 드러났고, 청동 주화와 장신구, 인골까지 발견되었습니다. 고고학계에서는 로마 군사사의 공백을 메울 중요한 단서로 평가하고 있으며, 해당 역에 조성 중인 박물관은 내년 초 일반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두 역을 포함해 지하철 C 노선은 2013년 착공 이후 12년 만에 불과 3㎞가 연장되었습니다. 하루 평균 공사 진척 속도가 수십 센티미터에 그친 셈입니다. 터널을 뚫는 시간보다 유적 조사와 보존에 투입된 시간이 더 길었다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지하 구조물의 진동이 유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토양 안정화 작업과 콘크리트 보호벽 설치가 병행됐고, 발굴 단계마다 고고학자와 엔지니어가 협업해야 했습니다.

 

로마시가 지하철역 박물관이라는 방식을 택한 이유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땅을 파면 유물이 쏟아지는 도시 특성상 출토 유물을 옮겨 보관할 별도의 박물관을 지속적으로 건설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부담이 큽니다. 발굴 현장에서 보존과 전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식은 공사 중단 기간을 줄이고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선택으로 평가됩니다.

 

지하철 C 노선은 원래 1990년대부터 계획된 사업이었습니다. 가톨릭 대희년이 열렸던 2000년까지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과 성 베드로 대성당을 잇는 노선을 완공한다는 목표가 제시되었으나, 실제 공사는 2007년에야 시작되었습니다. 바티칸 인근 역까지 연결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출토된 유물만 50만 점을 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업 예산은 70억 유로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사 지연의 배경에는 이탈리아 특유의 행정 구조 문제도 거론됩니다. 잦은 설계 변경과 관리 부실로 예산 낭비가 반복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고, 과거 로마시 행정 책임자들이 연루된 부패 사건도 공사 신뢰도를 떨어뜨렸습니다. 현지 언론은 유물 보존이라는 명분 뒤에 행정 실패가 가려져 있다는 시민들의 불만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박물관이 문화적 성과인 동시에 지연된 공사를 설명하기 위한 상징적 장치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입니다.

 

로마는 기원전 8세기부터 이어진 2800년의 역사가 지층에 켜켜이 쌓인 도시입니다. 이로 인해 지하철 공사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도시로 꼽히며, 현재 로마 지하철은 3개 노선, 총연장 60여 ㎞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파리와 런던 같은 유럽 대도시, 수도권 광역철도를 갖춘 한국과 비교하면 교통 인프라는 크게 뒤처진 상태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로마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테네와 이스탄불, 교토, 경주 같은 역사 도시들 역시 대규모 발굴과 보존 문제로 도시 기반 시설 확충에 제약을 겪고 있습니다. 로마의 지하철 박물관은 교통과 문화유산 보존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으려는 하나의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동의 편의와 역사 보존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이 실험이 장기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로마시청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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