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연구개발(R&D) 예산 집행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행정 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적인 철학과 전략적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선시후보(先試後補)’ 전략을 중심으로 기술력과 가능성을 입증한 기업이나 연구팀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집중적인 R&D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수많은 후보군 속에서 성과를 낸 팀을 선별하고, 성공할 때까지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민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기업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생명과학 등 첨단 기술 분야로 젊은 인재들이 몰리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즈푸AI’는 기술력을 먼저 증명한 후 정부의 본격적인 투자와 지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칭화대 과학기술원에서 출발한 이 기업은 지방정부로부터 9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는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이촨AI 또한 창업 1~2년 만에 기업 가치가 4조 원을 넘겼으며, 중앙 및 지방정부, 민간 대기업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지방정부가 R&D 예산 확보에 적극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예산을 확보하려면 지방정부가 동일한 금액을 매칭해 투자해야 하는 ‘매칭 펀드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스템은 지방정부가 우수한 기업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실제로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에서는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R&D 예산을 대학, 기업, 프로젝트 등으로 고르게 분배하는 ‘분배형 시스템’이 중심입니다. 기획재정부가 과학기술 예산을 총괄하는 구조로 인해 유연한 예산 편성이 어렵고, 신산업이나 급성장하는 분야에 신속하게 자금을 투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의 AI 관련 예산은 전체 R&D 예산의 4%에 불과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R&D 투자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도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공계 출신 공무원이 많아 기술의 잠재력이나 산업적 파급력을 신속하게 판단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반면, 한국은 기술 내용을 정부 관계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이로 인해 우수한 기회가 사장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의 연구개발 정책은 보다 전략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술력을 입증한 스타트업이나 연구 프로젝트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성과 중심의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R&D 예산 편성의 유연성을 높여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다져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분야 예산 권한을 독립된 부처로 이관하거나, 관련 전문 인력이 심의에 참여하는 구조를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현명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무원 양성도 중요합니다. 이공계 출신 인재를 행정조직에 적극적으로 채용하거나, 기존 공무원을 대상으로 기술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기술 주도의 국가 전략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야 할 것입니다.
한국이 첨단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산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그 집행 방식의 혁신이 더욱 중요합니다. ‘나눠주는 구조’에서 ‘골라서 키우는 구조’로의 전환이야말로 지금 우리 R&D 시스템에 필요한 가장 본질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ChatGPT,조선일보,칭화대홈페이지,카이스트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