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경남 거제의 한화오션 조선소로 전장 210m, 전폭 32,2m, 배수량 4만t급 '월리 쉬라(USNS Wally Schirra)' 호가 들어왔습니다. 곳곳에 잔뜩 녹이 슨 이 배는 2009년 3월 샌디에이고의 나스코(NASSCO) 조선소에서 진수된 미 해군의 군수지원함 입니다.
탄약, 식량, 부품 등을 전투함 등 다른 함정에 보급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까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작전에 참여해오다가 유지·보수 및 정비(MRO)를 받으러 이날 입항한 것입니다.

6개월이 지난 13일 오전 9시 월리 쉬라 호는 말끔한 외관을 한 새 함정 같은 외관으로 거제를 떠났습니다.
미 해군이 MRO를 한국에 맡긴 것은 이 배가 처음이었습니다. 극비 군사작전에 여러번 투입됐던 함정을 맡길 정도로 미국이 한미 동맹과 우리 조선소의 기술력을 신뢰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한화오션이 이 사업을 수주했을 떄 국내에서 반향이 컸습니다 .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강조하고 있어, 미군 함정이 우리 조선소에서 ‘재탄생’하는 모습은 앞으로 더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 배를 진수할 때 미 해군은 우주 비행사 월리 쉬라(1923~2007년, Walter Marty Wally Schirra Jr.)를 기리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는 미 해군 소속 비행사로 우주를 3번 다녀왔고, 한국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한 인연도 있습니다.
작년 9월 입항한 이 배를 검사했을 때 외관만으로도 부식된 부분만 약 260군데에 달했다고 합니다. 보안상 공개할 수 없는 주요 장비를 점검·교체하거나 운항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 등 수백 곳을 보수했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검사 과정에서 미 해군이 생각했던 것보다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더 발견된 것입니다. 배를 독(dock)에 들여 바닥을 살펴보니 원래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 만큼 방향타가 망가져 있었다고 합니다. 엔진과 프로펠러를 잇는 중심 축도 크게 뒤틀려 있었습니다. 이 배가 중동 중심으로 작전을 수행해서 그동안 적절한 조선소를 찾지 못해 제대로 유지·보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입니다.

한화오션 측은 이런 점들을 발견해 미 해군 측에 알리고 추가 보수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미군 입장에선 원래 3개월이던 MRO 기간이 2배인 6개월로 늘어나고 비용도 늘어나는 상황이었지만 흔쾌히 이를 수용하였습니다. 미국 해군 측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제안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더 많은 신뢰가 쌓였다고 합니다.
특히 이런 작업을 도면도 없이 해야 했다고 합니다. 보안 등을 감안하면 도면을 찾아서 국내로 가져오는 데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오랜 선박 설계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투입해 자체적으로 내부 구조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주요 부위를 고쳤다고 합니다. 일부 부품은 미국산 대신, 동일 품질의 한국산으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수입해 오는 시간도 아끼고 국산화로 협력사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미 해군의 MRO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해군 MRO시장의 25% 규모입니다. 한화오션은 올해 5~6척의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수주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해외 MRO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라고 합니다.
미국은 1920년에 제정된 존스법(Jones Act 1920, Merchant Marine Act of 1920)에 의해 미국내 운항하는 민간 선박, 군함은 미국 내에서만 건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미국 해운업 보호와 미국의 조선업 독점으로 미국 조선소들은 기술 개발이나 투자를 소홀히 해 노후화되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등 경쟁력이 약화되었습니다.
반면 중국은 최근 10여 년간 빠르게 배를 만드는 역량을 강화하며 해군력을 키워 왔습니다. 특히 함정 수에서 2020년 350척으로 미국의 293척을 추월하였습니다. 기술 수준까지 감안하면 전체 해군력은 미국이 더 앞서고 있지만 물량 공세가 거센 상황입니다.
미국은 전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미국내 조선소에는 MRO를 맡겨도 정비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동맹국에 물량을 더 많이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국을 제외하면 조선업 경쟁력을 갖춘 동맹국은 한국과 일본밖에 없습니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2월 미 상원이 미 해군·해안경비대 함정 건조를 외국 조선소에서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을 발의한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신규 함정 건조 계약도 따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출처: ChatGPT,조선일보,한화오션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