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후속 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원전이 자사의 원천 기술을 침해했다며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1978년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우리나라는 원전을 해외에 수출할 때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첫 원전 수출인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때는 문제없이 이 절차가 이뤄졌지만, 이번 체코 원전을 두고선 웨스팅하우스 측이 지식재산권 문제를 거론하며 동의를 거부하고 있고, 미국 에너지부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의 문제”라며 발을 빼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달 초 산업통상부 장관을 포함한 민관 대표단이 체코 원전 수주 마무리 작업을 위해 미국을 찾아 미 에너지부 및 웨스팅하우스 고위 관계자와 접촉했지만 별 성과 없이 귀국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본계약까지 한수원 측과 웨스팅하우스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사상 최대 규모 원전 수출에 심각한 타격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미국 법원에 한수원이 자사의 기술을 침해했다면서 “한수원이 원전을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3년 9월 미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은 “원전 수출 통제권은 전적으로 미국 정부에 있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는 소송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습니다. 다음 달 항소했고 현재 항소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웨스팅하우스는 고리 1호기 건설부터 국내 원전 사업에 참여하며 각종 원전 기술을 국내에 전수한 기업입니다. 국내에서 건설한 원전 28기 가운데 18기가 웨스팅하우스 계열이고, 해외에 수출하는 한국형 원전의 기반도 웨스팅하우스 모델입니다. 따라서 원천 기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출 때 미국 에너지부에 수출 신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가 1995년부터 참여한 NSG 지침에 따르면 미국 원전에 기반을 둔 한국형 원전은 미국 에너지부의 수출 통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은 체코에 수출할 땐 신고만 하면 절차가 끝나지만, 지재권을 두고 분쟁 중인 웨스팅하우스가 신고 자체를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2022년 11월 에너지부에 체코 원전 사업 입찰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작년 1월 에너지부가 “관련 규정에 따라 미국인 또는 미국 법인이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이를 반려한 바 있습니다.
15년 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도 미국 정부의 절차를 지켜야 했지만 한국형 원전의 기술 국산화 수준이 낮아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설비 제작을 맡은 두산중공업이 일부 설비를 웨스팅하우스 측에 발주하면서 허가 문제를 해결했던 것입니다. 당시 국산화가 되지 않았던 각종 설비는 웨스팅하우스에, 고가인 발전기 터빈 등은 웨스팅하우스의 최대 주주인 도시바에 주문했던 것입니다.
현재는 우리가 원전 핵심 설비의 대부분을 국산화에 성공한 것입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원전 발주가 잇따르며 2050년까지 세계 원전 설비 규모가 현재의 2배로 커지는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의 한국 견제가 심해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향후 한전과 한수원의 원전 수출 과정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웨스팅하우스 달래기에 나섰지만, 웨스팅하우스 측이 과도한 요구 조건을 내걸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가 설비 계약과 향후 원전 수주전에서 협력과 같은 과실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본계약 때까지 이어진다면 체코나 우리 양측 다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체코는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하루라도 빨리 원전 건설에 들어가기를 원하지만, 미국 정부의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한국형 원전을 계약하기엔 부담스러운 점이 있고, NSG에 가입된 우리나라도 핵 확산을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국제사회 절차를 무시하고 해외에 원전 수출하는 선례를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만 70년 동맹인 두 나라가 결국엔 파국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고 합니다. 미 국무부는 에너지부와 달리 동맹에 더 가치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원천 기술만 가진 웨스팅하우스 입장에서는 한국과 관계를 건설적으로 풀어서 향후 세계 원전 시장에 도전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도 합니다.
출처: Copilot,조선일보,한수원인스타그램,웨스팅하우스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