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거품 경제 시대를 다룬 코미디 드라마 제목에서 딴 신조어가 올해 일본 최고 유행어에 선정되었습니다. 매년 유행어를 조사해 ‘현대 용어의 기초 지식’이라는 책으로 출간하는 출판사 자유국민사는 ‘후테호도’가 올해 유행어 선호도 조사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후테호도’는 올 초 인기리에 방영된 일본 TBS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不適切にもほどがある·후테키세쓰니모호도가아루)’의 줄임말입니다.
드라마는 1986년에 살던 중학교 체육 교사 오가와가 별안간 2024년으로 이동해 벌어지는 소동이 그려 진다고 합니다. 오가와는 다혈질이지만 속내는 따뜻한 아저씨 입니다. 2024년의 사정을 모르는 그는 버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에게 “치한에게 당하고 싶어서 그러냐”며 ‘부적절한’ 언행을 합니다. 그래서 종종 드라마 제목인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다”는 말로 면박당합니다.
‘후테호도’는 ‘개저씨(개와 아저씨를 합친 말로 권위적이고 교양 없는 중년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를 나무라는 경고성 발언인 동시에 1980년대를 살던 주인공이 과도하게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오늘날의 사람들을 만나 겪는 혼란을 압축한 말로도 인식되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드라마가 세대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 내 젊은 층과 중장년층에 두루 공감을 사면서 제목이 유행어가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선 2024년의 사람들이 과거로 가서 겪는 혼란도 그렸는데, 두 시대를 모두 경험한 등장인물들은 결국 서로의 시대를 이해해 간다고 합니다.
일본이 2차 대전 폐허를 딛고 고속 성장해 세계적 경제 강국으로 올라선 쇼와(昭和·1926~1989) 시대에 대한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점도 드라마의 인기 요인이라고 합니다. 드라마는 쇼와 시대 패션과 가전제품, 인기 여가수 나카모리 아키나 등 1980년대 문화 코드를 섬세하게 재현했다고 합니다. 일본판 ‘응답하라 1988’인 셈입니다.
한편 유행어 순위 10위권에는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미국 메이저리그 최초로 달성한 대기록을 일컫는 ‘50-50(50홈런 50도루)’, 쉽게 고수익을 올리는 아르바이트를 일컫는 ‘화이트 안건(ホワイト案件)’, 40년 만에 새 디자인으로 발행한 1만엔권 등을 일컫는 ‘신지폐(新紙幣)’ 등이 포함됐다고 합니다.
출처: Copilot,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