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사람이 붐비는 식당가나 아케이드, 전철역 인근 등이면 우두커니 설치되어 있는 거리 피아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전국에 약 700대가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거리 피아노가 최근 존폐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거리 피아노는 거리를 지나는 누구라도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도록 설치되었습니다. 다른 악기와 비교해 가격이 비싸고 부피가 커 가정에 구비해놓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 당국이나 악기 제조 업체들이 복지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거리 피아노의 역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 설치 미술가 Luke Jerram이 ‘Play Me, I’m Yours·라는 캠페인을 통해 영국뿐 아닌 아메리카·아시아 등 각지에 2000개가 넘는 거리 피아노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일본 악기 제조 대기업 야마하가 ‘Love Piano’ 프로젝트로 이를 이어받았습니다.
거리 조경에도 좋고 취지도 건강한 거리 피아노가 최근 도마 위에 오른 건, 지난달 22일 현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게시글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오사카의 한 대형 복합 시설에 설치된 거리 피아노 운영 업체가 올린 글입니다.
“이런 글까지 쓰게 될 줄 몰랐지만 연습은 거리 피아노가 아닌 집에서 해주세요. 실력이 떨어지는 연주에 많은 항의가 들어와서 이대로라면 피아노를 철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음악은 누군가에게 닿아야 음악이잖아요. 나만 좋아하는 연주는 괴로운 소음일 뿐입니다.”
이 게시글은 하루도 되지 않아 2만회 리포스트될 정도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평소 거리 피아노에서 조금은 불안정한 연주를 들으며 불편함을 겪었다는 시민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어린아이 놀이기구처럼 방치하는 부모들은 배려심을 가져야 한다” “매너 시간이라고 여겨지는 15분 이상 연주하는 사람도 허다하다”는 등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거리 피아노의 취지 자체가 직접 피아노를 구입해 연주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것인데, 실력이 부족하다고 사용을 막으면 불합리하지 않으냐는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그럼 차라리 돈을 내고 전문 연주자를 불러라” “시민들을 상대로 심사라도 하겠다는 것이냐”는 등입니다. 이 논란엔 몇몇 유명 연예인들까지 공개 참전하면서, 일본 사회는 거리 피아노를 둘러싼 찬반으로 양분된 상황입니다.
논란에 불을 지핀 업체는 결국 지난달 25일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문제가 된 거리 피아노도 철거했습니다. 그럼에도 논란은 진화되지 않고 계속 확산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한 언론은“거리 피아노 논란에 ‘사회 붕괴 조짐’까지 일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거리 피아노 존재 자체에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나옵니다. 법적으로 저작권이 끝난 오랜 음악이 아니라면, 타인이 작곡한 악곡을 공개 석상에서 상연하려면 저작권자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즉 거리 피아노 연주 자체가 자작곡이 아닌 이상 엄밀히 불법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영리성이 없는 등 몇몇 요건을 갖추면, 예외적으로 저작권 허락 없이 연주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거리 피아노는 당연히 입장료나 연주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여기엔 충족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번 논란을 일으킨 오사카 업체처럼, 연주자 실력 등에 관여하려는 경우 거리 피아노로 거리를 더 번화하고 품격 있게 만들겠다는, 일정 부분 수익을 도모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ChatGPT,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