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이른 저녁’과 ‘그랜마 에라’, 젊은 세대가 찾은 새로운 평온의 방식
요즘 젊은 세대의 저녁 시간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2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오후 4~5시쯤 저녁을 먹습니다. 1년 전부터 이어온 습관으로, 일찍 식사하면 속이 편하고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복잡한 저녁 시간대를 피하면서 조용한 식사 자리를 선호하는 분위기 속에, 퇴근 후에는 운동이나 TV 시청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밤 10시쯤 잠자리에 듭니다. 외식보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데이트를 즐기며 필수 소비를 해결하고, 늦은 귀가 대신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요즘 MZ세대의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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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Vitaly Gariev
이른 저녁 식사, 즉 ‘얼리 디너(Early Dinner)’는 이제 노년층의 습관을 넘어 젊은 세대의 전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 식당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오후 5시대 저녁 예약 비율이 전년 대비 11% 늘며, 6시와 7시대를 앞질렀습니다.
과거에는 노년층의 식사 시간으로 인식되던 이른 저녁이 이제는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선택이 되고 있습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Z세대의 53%, 밀레니얼 세대의 51%가 얼리 디너에 관심을 보였고, 이는 X세대나 베이비붐 세대를 크게 앞서는 수치입니다. 영국 가디언은 이 현상을 “요양원에서 보이던 다섯 시 저녁이 2025년 가장 놀라운 복고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원격근무와 탄력근무의 확산이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건강과 정신적 안정에 대한 욕구입니다.
몸의 리듬을 지키고 숙면을 돕기 위해 식사 시간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30대 직장인은 “지금부터 건강을 관리해야 노후에 고생이 줄어든다”며 자극적인 환경과 늦은 생활을 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흐름은 식습관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로마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잡곡밥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1% 증가했으며, 그중 30대 이하가 39%를 차지했습니다. 백미보다 영양을 중시하는 경향이 젊은 세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생활 전반의 가치관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커진 사회 속에서 젊은 세대는 심리적 평온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할머니 세대’에 빗대는 새로운 문화인 ‘그랜마 에라(Grandma Era)’를 만들어냈습니다.
집에서 뜨개질을 하거나 식물을 가꾸며 보내는 시간을 ‘힐링’으로 여기는 흐름입니다. 틱톡에서는 “밖에 나가 놀자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하는 모습”이나 “집에서 조용히 빵을 굽는 일상”이 ‘그랜마 에라’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유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해시태그는 2천만 회 이상 사용될 만큼 젊은 세대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젊은 세대의 정신적 피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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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Ahmet Ayar
KB경영연구소의 ‘2024 웰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26.1%, 30대의 26%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답했습니다. 스트레스 경험률은 20대가 71.6%, 30대가 69.8%로 가장 높았습니다. 사회 초년생이 겪는 불안, 경쟁, 연결의 피로가 젊은 세대의 내향적 라이프스타일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관광청 조사에서도 Z세대가 하루에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 49분에 불과했으며, 그중 절반은 출퇴근 시간에 해당했습니다.
이런 정서적 흐름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패션업계에서는 ‘그랜마 코어(Grandma Core)’와 ‘그래니 시크(Granny Chic)’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꽃무늬 원피스, 누빔 조끼, 스카프, 스웨터 등 할머니 옷장에서 볼 수 있는 복고풍 아이템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수 제니와 지드래곤 등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이 스타일을 소화하면서 대중적 유행으로 확산됐습니다. ‘할머니 옷’이 더 이상 촌스러움의 상징이 아니라 ‘포근함과 안정감’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패션뿐 아니라 취미, 요리, 인테리어 등 생활 전반에서도 그랜마 에라의 영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뜨개질 브랜드, 출판사, 가구 기업이 함께 연 팝업스토어 ‘소파 위의 하루, 시와 뜨개질’은 ‘조용한 힐링’의 공간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유튜버 박막례 씨는 ‘좋은 것만 주고 싶은 할머니’를 콘셉트로 한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며, 그랜마 감성의 따뜻함을 상업적으로 확장했습니다. ‘고루함’이 아닌 ‘아늑한 삶의 미학’이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내향적 경향이 개인의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사회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경제적 패배주의로 해석합니다. 새로운 기회와 혁신은 부딪힘 속에서 생기는데, 지나친 자기 보호가 도전 정신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경제 불황과 불안정한 사회 환경 속에서 이러한 방어적 태도는 자연스러운 적응 과정이라고 봅니다.
Z세대의 얼리 디너와 그랜마 에라는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빠른 변화 속에서 불안과 피로를 느끼는 젊은 세대가 선택한 생존의 방식이며, ‘느림’과 ‘안정’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려는 움직임입니다. 외출 대신 집을, 경쟁 대신 평온을 선택하는 이 흐름은 새로운 형태의 자기 관리이자,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균형의 모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