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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 부엌을 넘어 향의 역사로 이어진 기름

상식살이 2026. 1. 1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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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은 오랜 시간 음식의 마무리를 책임지는 재료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한 방울만 더해도 요리의 인상이 달라지는 기름이라는 점에서 한국 식문화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 기름은 식탁 위에 오르기 훨씬 이전부터 인류의 생활과 신앙, 치유와 향의 역사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왔습니다.

고대 문명에서 참기름은 일상의 기름이 아니라 신성한 물질에 가까웠습니다. 고대 페르시아와 이집트에서는 참기름이 신전에 놓인 램프를 밝히는 연료로 사용되었고, 제단에 바치는 향유로도 쓰였습니다. 불꽃에 닿았을 때 퍼지는 고소하면서도 따뜻한 향은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신에게 닿는 언어로 여겨졌습니다. 연기와 향이 하늘로 오르는 장면은 인간의 기원이자 기도였고, 참기름은 그 매개체 역할을 했습니다.

 

인도에서는 참기름이 지금도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에서는 참기름을 ‘틸라 타일라(Tila Taila)’, 즉 모든 기름의 여왕으로 부릅니다. 몸을 데워 기혈 순환을 돕고 피부와 관절을 부드럽게 하며 생명력을 보존하는 기름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신생아 마사지, 명상 전 몸 관리, 계절이 바뀔 때의 정화 의식에 참기름이 사용된 배경에는 기름이 지닌 안정감과 온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젊음의 샘(Fountain of Youth)이라는 별칭 역시 이 전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참기름은 향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고대 인도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참기름은 향을 담는 기본 기름, 즉 캐리어 오일(carrier oil)로 사용되었습니다. 향을 피부에 안전하게 전달하고 오래 머물게 하는 역할을 맡은 기름입니다. 참기름은 산패 속도가 느리고 점도가 안정적이며 향 성분을 잘 품는 특성을 지녔습니다. 몰약이나 유향 같은 수지, 계피와 카다몸 같은 향신료를 참기름에 담가 천천히 열을 가해 향을 우려내는 방식은 오늘날의 향수 제조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반도에서 참기름은 더욱 독자적인 문화적 의미를 형성했습니다. 가장 좋은 진짜 기름이라는 뜻으로 진유(眞油)라 불렸고, 조리유이자 약재였으며 의례의 향기였습니다. 참깨는 삼국시대 이전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 시대에는 이미 기름을 짜는 장인이 존재했습니다. 조선 시대 제사상에서 참기름이 빠지는 일은 드물었고, 기름 향 자체가 예를 갖추는 행위로 인식됐습니다. 의서(醫書)에는 참기름이 피부의 독을 풀고 상처 회복을 돕는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음식과 치료, 의례가 하나의 기름으로 연결돼 있던 셈입니다.

 

이런 전통적 인식은 최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니치(niche) 향수 시장에서 참깨와 참기름 향이 하나의 향 노트로 채택되기 시작했습니다. 니치 향수는 대중적 유행보다는 조향사의 개성과 원료의 서사를 중시하는 분야로, 익숙하지 않은 향을 새로운 감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참기름은 견과류의 고소함과 볶은 곡물의 구수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너티하고 토스티드한 인상을 만들어 냅니다.

 

조향에서는 이 향을 단독으로 드러내기보다 바닐라나 우디 계열, 화이트 플로럴, 머스크와 조합해 사용합니다. 달콤함이나 나무 향의 깊이를 받쳐 주며 향 전체에 따뜻한 온도감을 부여하는 역할입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피부 위에서 부드럽고 포근한 잔향으로 남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는 참기름이 수천 년 동안 지녀온 안정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 흐름은 아시아 시장의 성장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오랫동안 아시아 문화권에서 긍정적으로 인식돼 온 향의 문법이 글로벌 향 산업으로 확장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차, 쌀, 대나무, 인삼 향이 향수 원료로 사용된 데 이어 참기름까지 조향 언어로 편입되는 모습입니다. 익숙함이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전통 식재료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참기름은 여전히 부엌에서 가장 친숙한 기름입니다. 동시에 고대의 제단과 몸을 돌보는 의식, 향을 담는 기름의 역사, 현대 향수 산업을 잇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한 방울의 기름 안에 축적된 시간과 문화는 음식의 풍미를 넘어 감각과 기억까지 자극합니다. 참기름이 오래된 향이면서도 세계가 새롭게 발견하는 향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농부창고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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