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에도 만나는 AI 고인, 위로일까 불편함일까?
죽음을 맞이한 이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AI가 대신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2024년 12월,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열린 한 장례식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고인인 무라카와 시게오 씨가 식장 스크린에 등장해 “오늘 저를 위해 모여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상객들은 이 장면을 실제 생전 영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사실은 고인의 생전 이미지와 음성을 AI가 재현한 것이었습니다. AI가 고인의 얼굴을 생생하게 움직이고 목소리까지 자연스럽게 구현해낸 이 영상은 유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고 합니다.
이 서비스는 일본의 관혼상제 전문업체인 ‘알파클럽 무사시노(アルファクラブ武蔵野)’가 지난해 말 선보인 ‘AI 고인’ 프로그램입니다. 고인의 생전 영상, 사진, 목소리 등을 기반으로 AI가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어내는 방식인데, 3일 안에 고퀄리티 영상이 완성되며, 제작비는 약 94만원부터 시작됩니다. 이미 수십 건의 신청이 접수되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AI 고인 서비스는 장례식장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기업의 창립 기념식에서 세상을 떠난 창업자를 다시 ‘무대 위’에 세우기도 하고, 일반 가정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기억하기 위한 목적으로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일본 AI 기업 ‘뉴지아(ニュウジア)’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대화형 AI 고인’ 서비스까지 출시했습니다. 생전 남긴 일기, SNS, 통화 음성 등을 바탕으로 AI가 고인의 말투, 성격, 대화 방식까지 재현해내는 기술입니다. 이로 인해 유족은 고인과 마치 다시 대화를 나누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AI 고인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 요미우리TV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하면 된다”, “죽은 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건 모독이다”라는 반응이 많았고,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7%가 AI 고인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였습니다.
고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의로 AI로 재현하는 것에 대해 불쾌함과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슬픔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도 거셌습니다. 이에 대해 AI 업체들은 “슬픔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에 기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방어적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AI 고인 기술이 가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19년 일본의 국민가수 미소라 히바리도 NHK 홍백가합전에 AI로 등장한 바 있고, 2023년 현대자동차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목소리도 AI로 복원되어 울산공장 기공식에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AI는 고인의 추억을 되살리고, 유산을 기념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AI가 고인을 대신해 인사를 전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것이 치유의 도구인지, 인간 존엄을 침범하는 것인지는 아직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사후 인간 재현의 경계에 서 있는 이 기술은 한편으로는 유족에게 위로를 제공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고인의 ‘의지’라는 본질적 질문을 남깁니다. 앞으로 이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하고, 사회는 어떤 태도로 받아들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는 인간과 AI의 관계는 이제 기술적 진보만이 아니라 윤리와 감정의 복잡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출처: ChatGPT,조선일보,뉴지아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