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캘리포니아 와인, 명성과 현실 사이의 균열
미국 캘리포니아는 오랫동안 ‘신의 축복을 받은 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명성을 이어왔습니다. 풍부한 일조량과 다양한 토양,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은 포도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해 왔고, 나파밸리와 소노마밸리 같은 지역은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반드시 찾는 성지로 자리잡았습니다.
최근 들어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은 그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영국 와인 거래소 리벡스가 발표한 ‘캘리포니아 와인 50 지수’는 최근 300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불과 2022년까지만 해도 400을 웃돌던 이 지수는 불과 몇 년 만에 25% 가까이 하락했으며, 이는 최고급 와인마저 가격 방어에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이 지수는 2004년 1월 와인 가격을 100으로 놓고, 최상급 캘리포니아 와인 50개의 현재 값을 비교·계량화한 수치입니다.
로버트 몬다비와 로스차일드 가문이 합작해 만든 오퍼스 원 같은 명품 와인조차 시장 침체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소비자의 수요 위축입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조사에서 술을 마신다고 응답한 성인의 비율은 54%에 그쳤습니다. 1939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 수준으로, 거의 한 세기 동안 지속되던 음주 문화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고, 젊은 세대가 술 대신 무알코올 음료나 웰빙 음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전통 주류 산업이 전반적으로 수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WSR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전체 주류 소비량은 2년 연속 감소했고, 이 흐름이 단기간에 반전될 조짐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자연재해는 회복의 기회를 빼앗고 있습니다.
2020년 발생한 대형 산불은 약 8천만 평에 달하는 산림과 포도밭을 불태우며 와이너리 상당수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최근 나파밸리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약 90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남기며 고급 와이너리의 기반을 흔들었습니다. 산불은 단순히 포도밭을 태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기에 노출된 포도의 품질을 떨어뜨려 와인 숙성 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 번의 화재가 수년간의 노력과 투자를 무너뜨리는 셈입니다.
인력난도 심각한 문제로 꼽힙니다.
와인 수확은 노동집약적 과정으로 숙련된 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미국 내 이민 규제가 강화되면서 포도 수확철에 필요한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농가가 늘고 있습니다. 포도를 제때 수확하지 못하면 포도는 덩굴에서 썩어버리고, 이는 와이너리의 경제적 손실로 직결됩니다.
실제로 올해만 해도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4천9백만 평이 넘는 포도밭이 방치되거나 폐쇄되었습니다. 50년 넘게 포도 농장을 운영해온 농가가 경영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어 위기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와인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명품 기업 LVMH조차 24년 동안 소유해 온 유명 와이너리를 매각했습니다. 기후 위기와 수요 감소, 노동력 부족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적 문제 앞에서 글로벌 자본조차 발을 빼고 있다는 사실은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의 미래에 우려를 더합니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전통과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부 와이너리는 친환경 재배, 무알코올 와인 생산, 와인 관광 산업 확대 같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와인을 통해 경험과 문화를 즐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와이너리 투어와 미식 관광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은 지금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수요 감소, 기후 재해, 인력난이라는 삼중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따라 세계 와인 시장에서의 위상이 달라질 것입니다.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다시금 캘리포니아를 ‘신의 축복을 받은 땅’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