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키스, 그리고 책임의 경계 — 스포츠 윤리의 새로운 논쟁
스포츠 세계에서 도핑 문제는 경기력 향상과 공정성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영역으로 오랫동안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최근 국제테니스청렴기구가 베네수엘라 테니스 선수 곤살루 올리베이라에게 4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다시 한번 이 문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가 제시한 해명은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금지 약물인 메스암페타민이 체내에서 검출된 이유가 “키스 때문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올리베이라는 지난해 멕시코 만사니요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 챌린저 대회에 출전했을 당시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A, B 시료 모두에서 각성제 성분이 검출되었으며, 이에 국제테니스청렴기구는 2029년 1월까지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그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기관은 이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선수 본인의 의도 여부를 떠나 도핑 검사에서 검출된 결과 자체가 명확한 이상,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 문제를 넘어, ‘의도하지 않은 도핑’이라는 논의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이미 수년 전부터 도핑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약물의 경로를 명확히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음식, 의약품, 화장품, 심지어 타인과의 신체 접촉 등 예상치 못한 경로로 금지 성분이 체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규정상 ‘선수 본인이 자신의 몸에 들어가는 모든 물질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원칙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를 ‘절대 책임 원칙(strict liability principle)’이라 부르며, 모든 국제 경기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09년 프랑스의 테니스 선수 리샤르 가스케는 코카인 양성 반응으로 징계를 받을 위기에 놓였지만,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키스를 하는 과정에서 소량의 코카인이 체내에 들어갔다는 주장을 인정받아 징계를 피했습니다. 또 지난해 프랑스 펜싱 선수 이사오라 티뷔 역시 도핑 검출 후 “키스를 통한 비의도적 흡수였다”고 주장해 법정과 중재 재판소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습니다. 같은 주장이 다른 결과를 낳은 이유는 ‘입증의 정도’와 ‘사건의 정황’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도핑 관련 제재는 단순히 과학적 수치로만 판단되지 않습니다. 조사 과정에서는 선수의 진술 신빙성, 약물 검출 농도, 복용 시점, 사회적 맥락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가스케의 경우 검출된 코카인 농도가 매우 미미했고, 이전에 유사한 위반 전력이 없었던 점이 참작되었습니다. 반면 올리베이라의 경우 검출된 메스암페타민의 양이 상당히 높았고, 그 과정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도핑 규정의 근본 취지는 ‘선수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약물 복용을 통해 신체적 능력을 인위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은 경기의 본질을 훼손합니다. 세계반도핑기구는 매년 ‘금지 약물 목록’을 갱신하고 있으며, 각종 에너지 보충제나 일반 의약품에도 해당 성분이 포함될 수 있음을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도핑 방지는 단순히 금지 성분을 피하는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의 신뢰와 윤리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공동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핑 적발 이후의 대응도 점점 법률적, 과학적으로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한 양성 반응만으로도 즉각적인 제재가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법적 절차와 과학적 검증을 병행하며 ‘선수 권리 보호’의 측면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의도성 판단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선수의 억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판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선수 개인의 경각심뿐 아니라 스포츠 단체의 역할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각국의 협회와 코치는 선수에게 금지 약물 정보와 관리 지침을 충분히 제공해야 하고, 선수 스스로도 섭취하는 모든 물질의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도핑은 한 순간의 실수로 선수의 커리어 전체를 잃게 만들 수 있는 문제이며,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결국 스포츠의 순수한 경쟁은 신체 능력뿐 아니라 도덕적 책임 위에 서 있을 때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장 안팎에서의 정직함은 승리보다 더 긴 시간 동안 기억되는 가치입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도핑 규정의 현실적 한계와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교훈이 될 것입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