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쇼핑하는 시대, ‘AI 소믈리에’가 연 와인의 문을 넘어서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어떤 와인이 좋을지 고민하는 소비자가 편의점 앱에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직접 축하 인사와 함께 와인을 추천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단순히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던 방식이 아니라 사람과 대화하듯 AI에게 묻고 답을 받는 방식으로 쇼핑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은 소비자 행동을 바꾸고 있으며, 유통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보틀벙커’ 앱을 통해 AI 소믈리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예산, 취향, 기념일 등 상황을 입력하면 AI가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고, 매장 선택과 결제까지 연결해 줍니다. 와인 지식이 많지 않은 초심자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고, 추천 과정에서 인간 소믈리에가 하는 대화를 흉내 내듯 자연스러운 문장을 사용해 친근함을 높였습니다. 이런 서비스는 소비자가 ‘무엇을 살까’가 아니라 ‘무엇을 묻느냐’로 쇼핑을 시작하는 새로운 소비 문화를 보여줍니다.

이 같은 흐름은 전 세계 유통업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는 오픈AI와 손을 잡고 대화형 쇼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챗GPT와 대화를 통해 월마트의 생필품을 추천받고 결제까지 한 번에 끝내는 구조입니다.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회장은 “검색창과 긴 목록의 시대가 저물고 AI와의 대화가 쇼핑의 새로운 판을 만들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아마존 역시 AI 기반 대화형 커머스에 적극적입니다. 자체 챗봇 ‘루퍼스(Rufus)’는 소비자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며, 최근에는 아마존에 입점하지 않은 외부 상품까지 제안할 수 있는 기능을 시험 중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한 랄프 로렌의 ‘애스크 랄프(Ask Ralph)’ 서비스는 소비자의 일정이나 패션 스타일을 묻고 상황에 맞는 의류를 추천하며, 관련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하도록 안내합니다.

 

AI가 단순히 상품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맥락을 이해하며 소비를 유도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편리함과 재미를 더해주고, 기업 입장에서는 구매 전환율과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자사몰 ‘CJ더마켓’에 생성형 AI 기반의 대화형 검색 서비스 ‘파이(Fai)’를 도입했습니다. 이용자는 “고단백이면서 저칼로리 간편식이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하면 AI가 관련 제품을 제안합니다. 서비스 시작 4개월 만에 이용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AI 서비스를 사용했고, 그중 약 28%가 실제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단순 추천을 넘어 구매로 연결되는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AI의 상업적 효용성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의 AI 소믈리에 역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시스템은 도입 후 4개월 만에 픽업 예약 이용 건수가 40% 증가했고, 이용자 수도 35% 늘었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탐색하던 과정이 사라지고, AI가 제안하는 ‘대화형 큐레이션’이 구매를 유도하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대화형 커머스의 본질은 ‘개인화된 경험’입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수많은 상품 목록 속에서 헤매지 않고, 자신에게 맞춘 추천을 받습니다. AI는 사용자의 과거 구매 이력, 취향, 계절, 기념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지금 이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상품’을 제시합니다. 기업은 이를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브랜드 신뢰도를 높입니다.

 

기술적 기반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자연어 처리 능력입니다. 예전의 챗봇이 정해진 스크립트에 따라 기계적으로 응답했다면, 생성형 AI는 소비자의 감정과 맥락을 파악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대응합니다.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립니다”처럼 개인의 상황에 맞는 따뜻한 문장을 건네는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 소비자는 ‘AI가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감각을 받으며, 그것이 다시 구매로 이어집니다.

 

향후 대화형 커머스는 단순한 쇼핑 도우미를 넘어 ‘소비자 관계 관리자’로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소비자의 패턴을 학습해, 와인을 구매한 뒤 며칠 후에는 어울리는 안주를 제안하거나, 가족 생일이 다가오면 기념일 선물 추천을 먼저 제시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AI가 마케팅, 판매, 고객 유지까지 전 과정에 개입하는 구조입니다.

 

유통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상품 수’가 아니라 ‘대화의 질’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 더 정교하게 소비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더 따뜻한 말로 설득하느냐가 새로운 시장의 승부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보의 과잉 속에서 피로감이 줄어들고, 기업 입장에서는 AI의 제안을 통해 구매율을 높이는 효율적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화형 커머스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니라 소비 문화의 변화입니다. 소비자가 정보를 찾아가는 시대에서, AI가 사람의 마음을 찾아가는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와인 한 병을 고르는 일조차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과 대화가 오가는 새로운 쇼핑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소비의 ‘대화 상대’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롯데마트제타,랄프로렌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