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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김밥축제와 충주맨, 도시를 바꾼 콘텐츠 전략

상식살이 2026. 4. 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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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이 흥행하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응이 이어집니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관객을 끌어모으자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지역은 물론, 연관성이 크지 않은 도시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이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단순한 홍보를 넘어 하나의 참여형 놀이처럼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연한 흐름이라기보다 구조적인 전환에 가깝습니다. 과거에는 정책을 설명하는 보도자료나 정제된 카드 뉴스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대중의 시선을 먼저 확보하는 방식으로 접근이 바뀌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완성도보다 반응 속도와 공감 요소가 더 중요해진 환경입니다. 짧은 영상과 가벼운 문장, 익숙한 인터넷 표현이 행정 메시지보다 앞에 놓이는 장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흐름은 밈을 활용한 접근입니다. 특정 유행어와 상황을 차용해 지역을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한 홍보 문구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되며, 참여를 유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 이름이나 특산물을 언어유희로 풀어내는 방식도 꾸준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김천시가 ‘김밥천국’에서 착안해 김밥축제를 기획한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도시 이름 하나가 콘텐츠의 출발점이 되고,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졌습니다.

 

대중문화와의 결합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BTS 팬덤 이름과 동일한 지명을 관광 자원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전략적 판단에 가깝습니다. 이미 형성된 관심과 감정선을 지역 경험으로 전환하려는 접근입니다. 과거에는 지역의 역사나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홍보했다면, 지금은 대중이 이미 알고 있는 요소를 활용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주체도 달라졌습니다. 공무원이 직접 카메라 앞에 서는 장면이 낯설지 않습니다. 상황극이나 패러디를 통해 정책을 설명하는 방식은 기존 행정 이미지와 거리가 있지만, 오히려 그 거리감이 주목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충주시의 ‘충주맨’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유사한 시도가 이어졌고, 댓글과 협업 형태의 상호작용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캐릭터를 활용한 전략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남 진주시의 ‘하모’, 부산의 ‘부기’, 용인시의 ‘조아용’과 같은 마스코트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독립적인 콘텐츠 주체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 중 꿈돌이의 사례는 흥미롭습니다. 한때 행사 마스코트로 머물렀던 캐릭터가 상품과 브랜드로 확장되며 실제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지역 캐릭터가 경제적 자산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쿠마몬’은 지역 캐릭터가 관광과 상품 시장을 동시에 견인한 대표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경험’을 파는 구조로 확장되면서 지역 브랜드 자체를 바꾸는 역할을 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문화 콘텐츠처럼 운영하며 관광객 유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보이는 점은 관심을 끌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지방 도시들이 직면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는 더 이상 장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과제입니다. 관광객 유치, 기업 투자, 청년 인구 확보가 하나의 축으로 묶이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홍보는 단순한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실제 인구와 자본의 흐름을 바꾸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를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정책이 존재하더라도 알려지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관심을 끌지 못하는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관심’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변화가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짧은 주목도를 위한 경쟁이 반복되면서 콘텐츠의 깊이가 얕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기획과 제작을 동시에 맡는 구조는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지역 전략보다 단기적인 화제성에 집중하는 흐름에 대한 내부 우려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방향 자체는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으로 보입니다. 정보의 전달 방식이 바뀌면서 공공 영역 역시 같은 환경 안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관심을 끌기 위한 형식과 전달해야 할 내용 사이의 간격을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가 앞으로의 성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의 지자체 홍보는 단순한 안내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 산업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도시가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이동과 선택이 달라지는 시대입니다. 눈길을 끄는 방식은 계속 변하겠지만, 그 중심에는 결국 사람의 관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출처:조선일보,이천시인스타그램,진주시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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