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속 무너지는 농업의 일선, 바나나부터 커피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과일 중 하나인 바나나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나나는 단지 디저트나 간식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주요 식량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중요한 생계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해 바나나 재배에 적합한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확량도 급감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자선단체 ‘크리천 에이드’는 전 세계 바나나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의 지역에서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재배 가능 면적의 약 3분의 2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온도가 오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극단적인 기상 현상과 함께 확산되는 해충과 질병, 특히 토양을 통해 전파되는 푸사리움 곰팡이병은 이미 많은 농장을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병에 특히 취약한 품종인 ‘캐번디시’ 바나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바나나로, 연간 생산량이 무려 5천만 톤에 이릅니다.
바나나는 밀, 쌀, 옥수수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중요한 식용 작물로, 전 세계 4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일 칼로리 섭취의 상당 부분을 바나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나나의 위기는 단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한 식량 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바나나 생산 감소는 곧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지며, 이미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생산자들은 기후 변화가 작물을 파괴해 수입 자체를 끊어놓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온실가스 배출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바나나 외에도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급감하거나 품질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농산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커피입니다. 커피는 특히 고지대의 서늘한 기후를 필요로 하는 작물인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재배 가능 고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기존의 재배 지역에서는 더 이상 생산이 어려워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아보카도도 강수량 변화와 고온 현상으로 인해 주요 생산국인 멕시코와 칠레에서 수확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역시 기후 변화와 병충해로 인해 전통적인 재배 지역인 서아프리카에서 점점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지 특정 농산물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 위기가 우리의 식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삶 곳곳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위협입니다.
따라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화석 연료 사용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저소득 국가에 대한 지원 강화 등 실질적인 행동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기후 위기를 외면한다면, 바나나뿐 아니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수많은 식품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