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룩’의 귀환, 경계를 허무는 패션의 언어
파리 패션위크는 늘 새로운 시대의 미학을 제시하는 무대가 되어 왔습니다. 그 중심에서 블랙핑크의 제니와 로제가 각각 샤넬과 생 로랑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참석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제니는 샤넬의 새로운 디자이너 마티유 블라지의 데뷔 무대에서 하늘빛 캐미솔과 반투명한 소재의 치마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얇은 소재로 구성된 그 옷은 속옷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구조였고, 클래식한 샤넬의 이미지와는 다른 자유로운 감각을 보여주었습니다.

로제는 생 로랑 무대에서 실크 소재의 롬퍼슈트를 착용했습니다. 복숭아빛 레이스와 리본 장식이 더해진 의상은 명백히 란제리의 구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블랙핑크 두 멤버의 등장은 ‘속옷 패션’이 다시 중심 무대로 복귀했음을 알리는 장면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패션 매거진 엘르는 속옷을 겉옷처럼 입는 이 흐름을 “결코 사라지지 않는 트렌드”라고 표현했습니다.
디자이너 앤서니 바카렐로는 올해 가을부터 많은 브랜드가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란제리룩이 단순히 노출을 위한 의상이 아니라 실루엣과 소재의 미학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라 설명했습니다. 즉, 잠옷을 낮에 입는 발상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중심에는 고급스러운 원단과 절제된 섬세함이 있습니다.
생 로랑과 샤넬 모두 이번 시즌에서 실크, 새틴, 레이스 등 가볍고 유연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는 1990년대에 유행했던 슬립드레스의 부활이자, 코로나 이후 등장한 ‘편안함 속의 세련미’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란제리룩은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시대의 감정이 반영된 표현으로 읽힙니다. 과거 속옷은 은밀함과 보호의 상징이었지만, 현대의 란제리룩은 자신감과 개성의 표출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성의 신체를 억누르던 규범에서 벗어나 몸 자체를 아름다움의 주체로 인식하게 하는 변화가 그 바탕에 있습니다.
미국 패션 심리학자 다나 토마스는 “속옷을 겉옷으로 드러내는 행위는 더 이상 금기를 깨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언어는 성적 매혹보다는 자유, 개성, 진정성을 향한 선언에 가깝습니다.
이 흐름은 세계 각지의 런웨이와 레드카펫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에밀리 블런트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레이스 장식이 달린 탑을 착용했고, 배우 그웬돌린 크리스티는 프라다의 새틴 드레스로 시선을 모았습니다.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는 루이비통 쇼에서 속살이 드러나는 실크 슬립드레스를 선택해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배우 문가영이 돌체앤가바나의 슬립드레스를 입고 인천공항에 등장하며 화제가 되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 속에서도 그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스타들의 패션을 넘어 대중적 감수성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개인의 개성과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려는 욕구가 의복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런 흐름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습니다.
샤넬은 블라지의 첫 무대에서 기존의 트위드 수트와 클래식한 코코 스타일을 잠시 내려놓고, 보다 감각적이고 신체 친화적인 실루엣을 제시했습니다. 생 로랑은 레이스, 시폰, 새틴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가볍고 단순한 구조 속에서 인간의 실루엣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전통적 고급스러움의 해체이자, 현대의 감각적 우아함으로의 전환으로 평가됩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주요 브랜드들이 2026 S/S 컬렉션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준 특징은 ‘덜 가리고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우아함’이었습니다.
란제리룩이 다시 돌아온 것은 단순히 패션의 주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코로나 이후 많은 이들이 재택생활과 편안한 옷차림에 익숙해졌고, 몸을 억누르지 않는 옷에 대한 선호가 강해졌습니다.
패션계는 이를 럭셔리한 방식으로 재해석해 일상과 고급스러움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런던, 뉴욕, 파리 등 주요 패션위크에서도 ‘내추럴 실루엣’, ‘스킨 노출의 미학’, ‘웨어러블 럭셔리’가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장조사기관 WGSN은 “2025년 이후 명품 소비자들은 노출의 정도보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실루엣’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결국 이번 제니와 로제의 등장은 단순한 연예인 참석이 아니라, 세계 패션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선택은 브랜드의 미학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패션 언어를 제시했습니다.
노출과 은폐의 경계, 격식과 일상의 경계, 명품과 자유로움의 경계를 허무는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적 진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런웨이 위의 란제리룩은 더 이상 대담함의 표현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세계적인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출처:ChatGPT,조선일보,제니인스타그램,로제인스타그램,문가영인스타그램